내년 최저임금이 진통 끝에 올해보다 7.3% 오른 시간당 6470원으로 정해지면서 2010년 이후 이어진 상승세가 한풀 꺾이게 됐다. 이번 결정에 대해 사용자와 근로자측 모두 반발하는 데다 최저임금마저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는 방치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7일 고용노동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7.3%로 올해보다 낮게 책정된 가운데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 수는 사상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10년 2.8%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내수진작과 가계소비 활성화를 위해 임금상승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속에 2011년 5.1%, 2012년 6.0%, 2013년 6.1%, 2014년 7.2%, 2015년 7.1%, 올해 8.1% 순으로 상승폭을 키워왔다. 박준성 최저임금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률은 올해 8.1%에서 내년 7.3%로 낮아졌지만 인상액으로 보면 440원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인상액”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를 놓고 사용자와 근로자측 모두 강하게 반발하는 사태가 또 이어지면서 ‘노사협상을 방불케 하는 위원회 운영방식을 고쳐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선진국에서는 최저임금을 사용자와 노동자측의 의견을 참조해 제3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들이 결정한다. 반면 한국은 근로자와 사용자 대표가 노사협상 하듯 위원회에서 활동하다보니 각자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다 합의없이 파행되는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마저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을 위한 정책이 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263만 7000명으로 전체 근로자(1923만 2000명)의 13.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 최고치였던 지난해 3월(232만 6000명)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222만 1000명으로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섰다. 경기회복과 함께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 2012년 8월 169만 9000명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청년실업 악화와 경기둔화 등으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2013년 3월 208만 6000명으로 200만명을 다시 넘어선 후 2014년 3월 231만 5000명, 지난해 3월 232만6000명으로 증가했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연령별로는 청년층, 학력별로는 대학생, 고용형태별로는 비정규직에 집중됐다. 최근 1년간 청년실업이 사상 최고로 심각해져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 수가 급증했다. 조선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경우 저소득 근로자의 임금 여건이 악화되면서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원은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 수 급증은 정부가 근로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정부의 미약한 단속 의지, 솜방망이 처벌도 증가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최저임금 결정을 두고 김현아 새누리당 대변인은 16일 오후 논평을 내 양극화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을) 점차 높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지금 경제상황을 고려해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면서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고통 분담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면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적어도 두 자릿수 인상이 됐어야 2020년에 1만원 시대를 열 수 있다”면서 그런데 지난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7.3%의 인상률에 그치고 만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동철 기자 / 정석환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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