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찰 늑장출동에 살인 못막아…"유족에 손해배상하라"
입력 2016-07-17 15:55 

경찰이 늑장 출동하는 바람에 막지 못했던 살인 사건 피해자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22단독 황병헌 판사는 피해자 이 모씨(당시 34세·여)의 부모와 자녀 등 유족이 국가가 1억 7000여만 원 배상해야 한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83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주소가 명확히 다르고 상황실이 이에 대해 확인 요청까지 한 점에 비춰보면, 24분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관들의 과실로 현저하게 불합리하게 공무를 처리해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박 씨가 나이 많은 여성이어서 순찰 경관들이 살인사건 발생 전에 현장에 도착했다면 사건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여 직무상 의무 위반과 살인사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9월 12일 이 씨는 교제 중이던 A씨의 어머니 박 모씨(66)와 말다툼을 벌이다 그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이날 저녁 박 씨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 씨는 박 씨와 전화로 크게 다툰 뒤 박 씨의 용산구 자택으로 향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박 씨는 흉기를 들고 나갔고 불안감을 느낀 아들 A씨는 오후 9시 12분께 어머니가 여자친구와 전화를 다투고 나서 흉기를 들고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다”고 112에 신고 했다. A씨는 15분 뒤 한 차례 더 신고 전화를 했지만 중복 신고로 오인한 경찰은 끝내 오지 않았고 박 씨는 이 씨를 만나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명치를 찔러 살해했다.
용산경찰서 상황실은 A씨의 신고 접수 직후 곧바로 인근 파출소 순찰차에 출동 지령을 내렸지만 순찰 경찰관들은 A씨의 신고를 살해 현장에서 68m 떨어진 주소로 10분 전 들어온 가정폭력 사건 신고라 착각하고 현장으로 향하지 않았다. 용산서 상황실은 A씨가 재차 신고하자 다른 사건인 것 같으니 A씨가 말한 주소지로 가라”고 지시했으나 이번에도 순찰 경관들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순찰 경관들은 첫 신고가 접수되고 24분이 지난 9시 36분께 이 씨 살해 현장으로 향했지만 박 씨는 이미 흉기를 휘두른 뒤였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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