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터키 쿠데타 주범 '궐렌' 송환 놓고 미-터키 충돌
입력 2016-07-17 14:15 
터키 쿠데타/AP=연합뉴스
터키 쿠데타 주범 '궐렌' 송환 놓고 미-터키 충돌



터키와 미국이 터키 측이 쿠데타 기도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 문제를 둘러싸고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에 자신이 '실패한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추방해 터키로 넘길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날 대통령은 터키가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에 기여한 공동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만약 우리가 전략적 파트너라면 미국은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터키 관리들은 나아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귈렌을 넘기지 않을 경우 미국을 적국으로 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이날 귈렌을 "후원하는 어떤 나라도 터키의 친구가 아니며, 터키와 심각한 전쟁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술레이만 소이루 터키 노동장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번 쿠데타 뒤에 미국이 있다는 주장까지 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터키 정부에 귈렌의 범법행위를 입증할 증거를 먼저 제시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번 쿠데타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즉각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기자들에게 귈렌과 관련한 어떤 요청도 아직 받은 바 없다면서 터키 정부가 철저한 조사를 통해 귈렌이 범법행위를 했다는 "적법한 증거를 제시한다면 그것을 수용하고 검토한 뒤 알맞은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터키 정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도 이번 쿠데타 연루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케리 장관은 이어 메블류트 차부숄루 터키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이 실패한 쿠데타에서 어떤 역할을 했다는 공개적인 암시나 주장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며, 이는 양국 관계에 해롭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이 전했습니다.

이처럼 갑자기 양국 간 논쟁의 중심으로 떠오른 귈렌은 '히즈메트'(봉사)라는 이슬람 사회운동을 이끈 이슬람학자이자 종교지도자입니다.

귈렌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한때 세속주의 군부의 정치적 세력에 맞서 대항한 정치적 동지였습니다.

두 사람은 2002년 현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이 집권한 이후 함께 터키의 민주화를 위한 개혁을 추진했고, 이는 2005년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협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귈렌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외교, 안보 정책과 국내 정치에서 점차 멀어졌고, 귈렌은 야당을 탄압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습니다.

두 사람은 결국 2013년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부패 수사를 계기로 완전히 결별합니다.

당시 검경이 집권당을 겨냥한 부패사건 검거 작전을 벌이자 에르도안은 사법당국 내 귈렌 추종자들이 '사법 쿠데타'를 벌였다고 역공을 펼쳐 귈렌 추종세력을 정계, 법조계, 언론계, 군부에서 대부분 몰아냈습니다.

귈렌과 추종자들에게는 '국가전복기도'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귈렌이 이끈 '히즈메트'는 교육 운동을 중심으로 하며 평화적이고 온건한 이슬람 운동으로 평가받는다. 터키에서 시작돼 유럽과 미국 등에도 퍼져 나가 그의 추종자들은 미국에서 160개가 넘는 공공 차터 스쿨을 여는 등 세계 각지에서 여러 사립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워턴포스트(WP)는 전했습니다.

터키 각계에서 귈렌의 추종세력은 대부분 권력을 잃었지만, 군부와 사법부에 지지그룹이 일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신들의 처지가 점점 위태로워진 군부 일부가 에르도안을 몰아내려고 쿠데타를 이번 쿠데타를 주도했다는 게 에르도안 대통령의 설명입니다.

귈렌은 16일 자신이 이번 쿠데타의 배후라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면서 "민주주의는 군사행동을 통해 달성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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