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공계 박사 해외로 가는 이유 "처우 열악해"
입력 2016-07-17 10:02 
사진=연합뉴스

이공계 고급 연구개발(R&D) 인력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이들은 해외로 떠나는 이유로 연구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 문제를 꼽았습니다.

17일 브릭(생물학정보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과학기술인 1천5명을 대상으로 이공계 두뇌 유출(Brain Drain) 문제에 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만약 앞으로 1년 안에 취업해야 한다면 국내와 국외 중 어느 지역을 우선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47%가 해외 취업을 택했습니다.

국내 취업을 선택한 응답자는 31% 였으며, 나머지 22%는 '어느 곳도 상관없다'고 답했습니다.

해외 취업 자리를 찾겠다는 응답자(470명)들은 '연구시설과 연구환경 등 연구 인프라가 좋아서'(42%), '처우가 더 좋을 것 같아서'(30%)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공계 두뇌 유출이 심화하는 이유로 '연구의 독립성이 보장되기 어려워서'(59%), '국내에 일자리가 부족해서'(41%), '선진국보다 처우가 열악하기 때문'(33%) 등을 꼽았습니다.

해외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연구자(301명)들은 가장 만족했던 부분을 '연구자에 대한 대우'라고 답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연구주제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고 연구의 독립성이 보장된다'(24%)는 대답이 뒤를 이었습니다.

한 연구자는 "대졸 은행원 초임 연봉이 4천만원이라고 하는데 이공계, 특히 식품산업·바이오 계통은 박사급이 돼야 4천만원 정도의 초임을 받는다"면서 "게다가 기업체의 연구개발 비중은 현저히 낮고 회사 운영이 어려울 때 가장 먼저 해직되는 것도 연구개발 분야"라고 답했습니다.

다른 연구자도 "박사급 인력 한 명을 키워내기 위해 드는 시간과 비용은 엄청나지만, 한국에서 받는 대우는 대졸자보다 훨씬 못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고급 인력을 위한 일자리가 많고 대우가 훨씬 좋은 해외로 눈이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연구자는 "나는 국내에서 박사 학위까지 마쳤지만 현재 연구기관에서 비정규직에 박봉으로 일하고 있다"면서 "박사급 인력에 대한 정규직 일자리가 너무 부족하고, 대학 교수직도 비정규직으로 전환돼 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지난 5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발표한 '2015년 이공계 인력의 국내외 유출입 수지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에서 취업해 한국을 떠난 박사 학위의 이공계 기술인력 수는 2013년 기준 8천931명으로, 2006년(5천396명)에 비해 65.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2015 세계 인재 보고서'(IMD World Talent Report 2015)에서도 한국은 조사 대상 61개국 가운데 두뇌 유출로 인한 국가 경제의 경쟁력 저하 문제가 18번째로 심각한 나라로 꼽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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