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샌디에이고) 김재호 특파원] "내가 팀 웨이크 필드에게서 물려받은 것처럼, 내가 떠났을 때 바통을 이어받을 선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너클볼 투수 R.A. 디키는 지난해 챔피언십시리즈를 치르던 도중 너클볼 투수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한 선수를 다음 후계자로 지목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그 이름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2016년 스티븐 라이트(31)는 가장 주목받는 투수 중 한 명이 됐다. 전반기 17경기에서 10승 5패 평균자책점 2.68의 성적을 기록하며 생애 첫 올스타에 뽑히는 영광도 안았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첫 올스타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은 그를 지난 12일(한국시간) 올스타 게임 미디어데이가 진행된 샌디에이고에서 만났다.
라이트가 기억하는 인디언스, 그리고 추신수
하와이주립대를 졸업한 라이트는 2006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지명됐다. 90마일 중반대의 패스트볼을 던지던 평범한 정통파 투수였던 그는 지난 2011년 너클볼 투수로 변신을 시도했다. 당시 구단 사장이었던 마크 샤피로, 그리고 샤피로의 친구이자 현역 시절 너클볼 투수였던 톰 캔디오티가 그를 지도했다.
당시 캔디오티는 클리블랜드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아주 지저분하다"는 말로 그의 너클볼을 칭찬했다.
같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삶을 얻은 거 같았다"는 말을 남겼던 그는 지금도 인디언스 구단에 대한 고마움을 갖고 있다. "그들은 나에게 너클볼 투수로 변신할 기회를 줬고, 경기에 나가서 던질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나에게 큰 도움이 됐다"며 친정팀에 대한 정을 드러냈다.
그는 인디언스 시절 추신수와 함께했던 기억도 꺼내놨다. 당시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선수였고, 그는 마이너리그 투수였기에 한팀에서 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공유한 추억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굿이어(인디언스 스프링캠프 훈련지)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빅리그 선수고 나는 마이너리거인데 가끔 저녁을 먹으러 오라며 집에 초대를 했다. 그곳에서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성격이 좋은 선수 중 한 명임이 확실하다."
너클볼 투수로 성장한 곳은 인디언스였지만, 빅리거의 꿈을 다른 곳에서 이어가야 했다. 인디언스가 지난 2012년 7월 1루수 라스 앤더슨을 받으면서 그를 트레이드한 것.
실망했지만, 레드삭스 구단에는 팀 웨이크필드라는 또 다른 조력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메이저리그 선수로 거듭났다.
자존심? 그런 건 없다
예측불가능한 움직임이 특징인 너클볼은 메이저리그에서 주류는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 필 니크로, 찰리 휴, 팀 웨이크필드, 윌버 우드는 도합 85시즌을 뛰며 898승을 합작해 너클볼의 4대 대부로 불린다.
너클볼의 계보는 희미해졌지만, 그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라이트는 그 계보의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선수다.
그에게 이에 대한 자존심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자존심 같은 건 없다. 그저 경기에 나가 팀이 승리하는데 최대한 보탬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전부"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너클볼러의 계보를 이었지만, 다 똑같은 너클볼은 아니다. 변화무쌍한 특성답게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 그의 너클볼은 또 다른 현역 너클볼 투수인 디키의 너클볼과도 차이가 있다. 제프 배니스터 텍사스 레인저스 감독은 "라이트의 너클볼이 움직임이 더 많고, 패스트볼 비중이 더 많다"고 분석했다.
라이트는 "우리는 똑같은 공을 던진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동시에 모두가 다 다르다"며 너클볼 투수라고 다 똑같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웨이크필드가 60마일대 너클볼을 던졌다면, 나는 70마일대로 던진다"며 구속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가장 위력적인 투수 중 한 명으로 거듭난 그에게 마지막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비결에 대해 물었다. 그의 말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누구를 상대하든 상관없다. 너클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필요하면 구속에 변화를 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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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너클볼 투수 R.A. 디키는 지난해 챔피언십시리즈를 치르던 도중 너클볼 투수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한 선수를 다음 후계자로 지목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그 이름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2016년 스티븐 라이트(31)는 가장 주목받는 투수 중 한 명이 됐다. 전반기 17경기에서 10승 5패 평균자책점 2.68의 성적을 기록하며 생애 첫 올스타에 뽑히는 영광도 안았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첫 올스타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은 그를 지난 12일(한국시간) 올스타 게임 미디어데이가 진행된 샌디에이고에서 만났다.
라이트가 기억하는 인디언스, 그리고 추신수
하와이주립대를 졸업한 라이트는 2006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지명됐다. 90마일 중반대의 패스트볼을 던지던 평범한 정통파 투수였던 그는 지난 2011년 너클볼 투수로 변신을 시도했다. 당시 구단 사장이었던 마크 샤피로, 그리고 샤피로의 친구이자 현역 시절 너클볼 투수였던 톰 캔디오티가 그를 지도했다.
당시 캔디오티는 클리블랜드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아주 지저분하다"는 말로 그의 너클볼을 칭찬했다.
같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삶을 얻은 거 같았다"는 말을 남겼던 그는 지금도 인디언스 구단에 대한 고마움을 갖고 있다. "그들은 나에게 너클볼 투수로 변신할 기회를 줬고, 경기에 나가서 던질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나에게 큰 도움이 됐다"며 친정팀에 대한 정을 드러냈다.
그는 인디언스 시절 추신수와 함께했던 기억도 꺼내놨다. 당시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선수였고, 그는 마이너리그 투수였기에 한팀에서 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공유한 추억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굿이어(인디언스 스프링캠프 훈련지)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빅리그 선수고 나는 마이너리거인데 가끔 저녁을 먹으러 오라며 집에 초대를 했다. 그곳에서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성격이 좋은 선수 중 한 명임이 확실하다."
너클볼 투수로 성장한 곳은 인디언스였지만, 빅리거의 꿈을 다른 곳에서 이어가야 했다. 인디언스가 지난 2012년 7월 1루수 라스 앤더슨을 받으면서 그를 트레이드한 것.
실망했지만, 레드삭스 구단에는 팀 웨이크필드라는 또 다른 조력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메이저리그 선수로 거듭났다.
라이트가 올스타 게임을 앞두고 레드카펫쇼에 가족과 함께 참가했다. 사진(美 샌디에이고)= 김재호 특파원
자존심? 그런 건 없다
예측불가능한 움직임이 특징인 너클볼은 메이저리그에서 주류는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 필 니크로, 찰리 휴, 팀 웨이크필드, 윌버 우드는 도합 85시즌을 뛰며 898승을 합작해 너클볼의 4대 대부로 불린다.
너클볼의 계보는 희미해졌지만, 그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라이트는 그 계보의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선수다.
그에게 이에 대한 자존심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자존심 같은 건 없다. 그저 경기에 나가 팀이 승리하는데 최대한 보탬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전부"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너클볼러의 계보를 이었지만, 다 똑같은 너클볼은 아니다. 변화무쌍한 특성답게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 그의 너클볼은 또 다른 현역 너클볼 투수인 디키의 너클볼과도 차이가 있다. 제프 배니스터 텍사스 레인저스 감독은 "라이트의 너클볼이 움직임이 더 많고, 패스트볼 비중이 더 많다"고 분석했다.
라이트는 "우리는 똑같은 공을 던진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동시에 모두가 다 다르다"며 너클볼 투수라고 다 똑같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웨이크필드가 60마일대 너클볼을 던졌다면, 나는 70마일대로 던진다"며 구속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라이트는 전반기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어찌됐든, 라이트는 전반기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선발 투수 중 한 명이었다. 그의 평균자책점은 선발 투수 중 가장 낮았다. 5월 31일 볼티모어전부터 6월 16일 같은 팀과의 경기까지 22 1/3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고, 전반기에만 세 차례 완투를 기록하며 2012년 존 레스터 이후 한 시즌 세 차례 완투를 기록한 보스턴 투수가 됐다.이번 시즌 가장 위력적인 투수 중 한 명으로 거듭난 그에게 마지막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비결에 대해 물었다. 그의 말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누구를 상대하든 상관없다. 너클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필요하면 구속에 변화를 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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