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7월 14일 뉴스초점-'비싸고 맛없는' 빵

'비싸고 맛없는' 빵. 한 법학과 교수가 쓴 책에 나온 말입니다.

비싸고 맛없는 빵이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고생하며 법으로 다퉈 봤자 아무런 이득도 없이 혹은 더한 불이익을 얻고 지쳐 떨어져 나가는 일반 시민들의 상황을 빗댄 말입니다.

그 이유는 일반인은 모르는 법조계, '그들만의 리그'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10억 원대 탈세와 불법 로비 자금까지 받은 혐의로 구속된 홍만표 변호사 기억하시죠? 그는 대기업 비리부터 전직 대통령들의 비자금 사건까지 당대 이슈가 된 사건을 전담하던 그야말로 '스타 검사장'이었습니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화가 나게 하는 사람이 있죠? 넥슨의 주식을 뇌물로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진경준 검사. 그 역시, 검찰의 '꽃'·검찰의 '별'인 검사장입니다.

검사장은 대검찰청의 검사급 이상의 검사를 칭하는 말입니다. 10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를 역임했거나, 대학의 법학 교수직에 있던 사람 중에 임명이 됩니다. 쉽지 않죠? 때문에 전체 검사 2,032명 중에 검사장은 법무부 차관을 포함해 47명뿐입니다.

이들은 평검사들을 지휘해 수사 방향을 정하고 아래 검사나 직원들의 인사 평가 권한도 갖고 있습니다. 예우도 차관급으로 3,000cc급 관용차에 전속 운전기사도 주지요.

특히 지방검찰청은 검사장이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 그러니까 재판에 넘길지 말지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역할이 아주 막중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일단 검사장급이 되면 퇴직 후 한 건에 억대의 수임료를 받을 수 있는 조건으로 대형 로펌에 갈 수 있고, 헌법재판소 재판관이나 대법관 후보 등 다른 공직으로 진출할 수도 있습니다. 전관예우도 검사장 급부터는 차원이 달라진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모든 검사들이 올라가고 싶고, 선망하는 자리가 바로 '검사장'입니다.

이런 권한과 특혜를 누릴 수 있어서일까요? 본인들이 잡은 범죄자의 수법대로 주식을 사고, 브로커 노릇에 탈세까지…. 이번 일은 검찰 내부에서도 얼굴을 못 들 지경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정말로 배가 고파 빵을 훔친 생계범들에게 징역 몇 년을 구형할 자격이 있을까요?

하긴 '법조 비리'는 검찰 뿐만 아니라 판사·변호사 등 법조계 전체가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때문에 이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문제부터 관행까지 법조계 전반을 손 봐야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G7 선진국은 모든 검사·법관들이 정년 내지 종신까지 근무하고, 퇴직 후 변호사를 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직선제로 선출하지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우리나라는 주심인 부장판사가 재판을 단독으로 진행하지만 일본과 독일에선 중요한 사건은 판사가 3명에서 7명까지로 구성된 합의부 재판을 진행합니다. 주심 판사의 전횡을 막을 수 있고, 변호사 등의 과다한 로비도 없앨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 등 법조 비리가 터질 때면 늘 나오는 말이 있죠. '제 식구 감싸기' 과연 검찰이 자신들이 선망해 마지않는, 자신들의 별인 이 검사장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검찰은 국민에게 떳떳해지기 위해서라도 제 식구가 아닌 '죄인'으로 엄중한 법의 심판을 해야 할 겁니다.

비싸고 맛없는 빵을 파는 가게는 반드시 문을 닫게 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