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계 ICT 기업 퀄컴에게 특허권 남용 혐의를 적용해 1조원 규모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공정위는 곧 이 사건을 최종 심의해 과징금 부과 여부와 규모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공정위가 퀄컴에 과징금 1조원을 그대로 부과하게 되면 사상 최대 기록이다. 또한 공정위는 또 향후 과징금 규모가 축소되더라도 특허권을 남용해 매해 수조원 가량 부당이득을 취하는 퀄컴의 영업 행태는 반드시 바로잡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15일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퀄컴에 발송한 심사보고서에 독과점적 지위남용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조원을 적시해 발송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불공정 계약을 시정하는 것이 퀄컴 특허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국내업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과징금 1조원을 최종적으로 부과하지 않더라도 시정명령 만큼은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퀄컴의 특허권 남용 사건은 조만간 공정위 전원회의 등 최종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며, 미국 퀄컴 본사 등의 소명 절차를 충분히 거쳐 올해 안으로 매듭지을 계획으로 전해졌다.
퀄컴은 그동안 전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를 상대로 독과점적 시장지배력을 남용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공정위 심사보고서상의 퀄컴의 시장 지배력 남용 혐의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퀄컴은 스마트폰 제조에 필수적인 통신기술(CDMA) 특허수수료를 개별 상품인 통신칩 가격이 아니라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을 기준으로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스마트폰 판매 가격의 일정 퍼센트를 떼가는 형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노트북을 예로 들면 그래픽 기술 특허권을 가진 업체가 그래픽 카드가 아닌 노트북 전체를 기준으로 특허수수료를 챙긴 것과 다름 없는 행위다. 공정위는 퀄컴이 이 같은 방식으로 국내에서 매해 1조원이 넘는 특허수수료를 부당으로 얻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퀄컴이 칩셋 관련 기술을 표준필수특허로 등록하고서도 이를 다른 칩셋 제조사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정하게 제공하지 않고 자신의 계열사에게만 독점 제조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징금 규모보다도 시정조치로 인해 삼성전자 등이 국내 휴대폰업체들이 받게 될 이익이 훨씬 더 크다”며 공정위의 이번 조치에 대해 한국 정부는 물론 미국 정부도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중국 경쟁당국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지난해 퀄컴에게 특허권 남용으로 과징금 1조원을 부과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퀄컴의 반격도 만만치 않아 최종 확정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퀄컴은 자사의 영업행태가 오히려 이동통신업계의 성장을 촉진했다는 의견서를 최근 공정위에 보냈다. 퀄컴의 한해 매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53%에 이르지만 한국은 16%에 그쳐 중국이 부과한 과징금 1조원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퀄컴 사건을 둘러싸고 미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공정위에 압력을 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해 귀추가 주목된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나 미국무역대표부 등에서 최근 퀄컴 건과 관련해 항의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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