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검사장(49·사법연수원 21기)이 2005년 대학 동기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회장(48)으로부터 4억2500만 원의 넥슨 비상장 주식 취득 자금을 받은 혐의 등 피의자 신분으로 14일 오전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진 검사장 조사를 마친 뒤 포괄적 뇌물수수 또는 수뢰 후 부정처사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진 검사장이 뇌물 혐의로 기소되면 검찰은 범죄수익 환수 절차를 통해 주식 매각 수익 126억원을 몰수·추징할 근거가 생긴다.
◆ 넥슨 주식 매입 경위 추궁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이날 진 검사장을 상대로 주식 취득 경위를 상세히 추궁했다. 주식을 받고 이후 넥슨을 위해 대가로 의심할 만한 편의를 제공한 사실이 있는지 가리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진 검사장이 2005년 6월 넥슨의 비상장주 1만주 매입한 돈 4억2500만 원이 김 회장 지시로 진 검사장에게 건네진 정황을 확인했다고 한다. 전날 조사를 받은 김 회장도 주식 대금 4억2500만원을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해 사실관계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진 검사장이 넥슨의 법인 차량인 제네시스 승용차를 처남 명의로 받아 운행했다는 의혹도 조사했다.
◆ 한진 압박해 처남에 일감 몰아줬나
특임검사팀은 한진그룹이 진 검사장의 처남이 운영하는 청소용역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일에 진 검사장이 자신의 직무상 비밀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추궁했다. 진 검사장은 2009년 8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재직하면서 한진그룹 탈세 의혹을 내사하다가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처남 강 모씨는 한진그룹 내사 종결 이후인 2010년 7월 B사를 설립하고 한진 계열사인 대한항공으로부터 꾸준히 일감을 받아 현재까지 1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내사 종결에 따른 대가로 진 검사장이 한진을 압박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3번의 거짓말
진 검사장이 검찰 소환 조사까지 받게 된 것은 결국 그의 거짓말 탓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는 지난 3월 공직자재산공개 넥슨 주식 취득 자금에 대해 내 돈”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민일영) 조사 때는 처가에서 빌린 돈”이라고 말을 바꿨다. 윤리위는 그러나 문제의 돈이 넥슨에서 건너갔다는 사실을 확인해 진 검사장의 해명은 또 다시 거짓으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에는 넥슨이 자금을 대여한 게 아니라 김 회장이 돈을 대준 정황까지 포착됐다. 진 검사장은 지난 13일 의혹의 사실 관계를 인정하는 ‘자수서를 냈지만 고위공직자답지 않은 여러 번의 거짓말은 계속해서 비판받을 것으로 보인다. 진 검사장은 이날 검찰 조사 전 취재진과 만나 잘못된 행동을 인정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저의 과오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진실을 밝히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회장에게 4억2500만원을 받았냐” 일부러 공소시효가 지난 사실만 인정한 게 아니냐” 고위공직자가 왜 여러 번 거짓말했냐” 등 많은 질문을 받았지만 답을 피했다.
[김세웅 기자 /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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