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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FA컵 8강은 마치 네 편의 SHOW
입력 2016-07-14 06:00 
유상훈 a.k.a 승부차기 영웅. 사진(상암)=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히든카드와 레드카드. 욕설과 찬사. 만남과 헤어짐. 미소와 눈물. 0과 4.
13일 일제히 열린 2016 하나은행 FA컵 8강에는 단판전(One-off)의 갖가지 묘미가 담겨 있었다. FC서울-전남드래곤즈, 수원삼성-성남FC, 전북현대-부천FC1995, 울산현대-인천유나이티드 이상 4경기는 약간의 MSG를 치자면 유로, 코파의 아쉬움을 달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부득이 경기를 놓친 독자들을 위해 지난 420분을 키워드로 축약했다.
자이언트 킬링
부천이 32강에서 포항스틸러스를 2-0으로 잡은 상황을 ‘이변이라 표현한다면 전북현대전에는 이변 앞에 대(大)자를 10개는 붙여야 하지 않을까. 전주성에서 열린 국내 프로 축구 최강 전북과의 일전에서 선제골까지 내준 경기를 2-3으로 뒤집었으니. 부천은 FA컵 4강에 오른 첫 챌린지 구단이란 大업적도 달성.

슈퍼세이브
4경기 중 2경기(서울-전남, 수원-성남)가 승부차기로 결정 났다. 자연스럽게 골키퍼가 주인공으로 급부상했다. 전남 5번째 키커인 안용우의 슛을 막아낸 유상훈(서울) 2, 5번째 키커인 임채민, 정선호 슛을 방어한 양형모(수원) 인 플레이 상황에서 수차례 슈퍼세이브를 기록한 이호승(전남) 류원우(부천) 등은 박수받을 만했다. 권순태(전북·3실점) 조수혁(인천·4실점)에겐 심심한 위로를.
전북 장윤호 퇴장 장면. 사진=골프코리아 영상 캡처

레드카드
‘이 경기에서 지면 끝장. 이 생각 때문인지 각 팀은 경기 내내 높은 집중력을 자랑했다. 웃어넘길 태클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했고, 그냥 보내도 될 선수를 잡아챘다. ‘격투도 마다치 않았다. 이종성(수원) 구자룡(수원) 김태윤(성남) 장윤호(전북)가 빨간 딱지를 받았다. 8강 4경기에서 나온 경고수만 28장이다.
히어로
이학민(부천)이 전북전 후반 21분 터뜨린 원더골을 꼭 다시보길 바란다. 4번의 아기자기한 패스를 거쳐 부천 벤치 부근에서 공을 건네받은 이학민은 문전을 향한 대각 드리블로 이주용을 제치고, 이재성을 앞지른 뒤, 오른발 끝을 이용해 공을 골문 우측 하단에 꽂았다. 2골 1도움한 멘디(울산) 유상훈 양형모 등도 영웅적인 활약을 했다.
부천 류원우 항의 장면. 사진=골프코리아 영상 캡처

열여덟
승부욕 과다 때문일까. 아니면 눈치 없이 선수들의 입 모양을 여과 없이 내보낸 카메라맨 탓일까. 부천 골키퍼 류원우가 선 실점 후 어디론가(심판으로 추정) 험상궂은 표정으로 숫자 욕을 내뱉는 장면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욕으로는 분이 다 풀리지 않았는지, 검지로 ‘돌+I도 표현했다. 잊은 모양인데, 축구는 전체 관람가다.
거부권
2016년도 FA컵 운영 규정 제7조(경기 당일 미디어 활동)를 보면 구단 감독들이 경기 후 인터뷰를 생략할 방법은 단 하나다. ‘현장에 미디어 취재가 없을 경우. 하지만 울산-인천전이 열린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는 버젓이 협회 AD를 패용한 취재진이 있었다. 판정에 불만을 품고 무단 불참한 것으로 알려진 인천 김도훈 감독은 제19조(팀, 임원, 지도자 및 선수에 대한 제재) 12항(‘기타 불미스러운 행위 및 위반사항이 발생할 경우 협회에서 판단하여 협회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에 따라 징계가 불가피하다.
암백. 사진(상암)=김영구 기자

인사
전북현대는 이날 경기를 끝으로 브라질 미드필더 루이스와 작별했다. 계약기간이 반년 남은 상황에서 전북은 루이스를 자유계약으로 풀어주고, 루이스는 잔여 연봉을 포기하며 사이좋게 헤어졌다.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돌아오는 사람도 있기 마련. 같은 날 서울은 국가대표 베테랑 수비수 곽태휘의 입단식을 진행했다. 2005년 서울에서 프로 데뷔한 곽태휘는 일본 중동을 거쳐 9년 만에 상암으로 돌아왔다. 잘 가요 루이스, 어서 와요 곽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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