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던 금호타이어 매각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유동성 위기로 2009년 12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은행 손으로 넘어간 금호타이어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가 되찾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 금호타이어 옛 채권단은 13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에서 주주협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금호타이어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매각 타당성을 조사한 결과 다수의 국내외 잠재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 충분한 경쟁환경이 조성됐다고 주주협의회에 보고했다.
공식적인 매각 결정은 이달말 경 추가 주주협의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매각대상은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타이어 보유지분 42.01%(약 6668억원)다.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이 각각 33.7%, 32.2%, 국민은행이 9.9%의 주주협의회 의결권을 갖고 있는데 매각 결의를 위해서는 주주협의회 의결권 기준 7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매각 결의를 거쳐 주주협의회는 9월경 정식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다.
관전 포인트는 금호타이어의 원래 주인인 박삼구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 여부다. 우선매수청구권은 이 권한을 부여받은 개인이나 법인이 회사 매각 시점에 3자에게 매각되기 이전과 동일한 가격으로 우선적으로 경영권을 되사들일 수 있는 권리다. 2010년 5월 당시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에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했지만 ‘일인 존속적으로 부여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금호산업처럼 우선매수권을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나 시장의 이른바 ‘백기사에 양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증권업계에선 채권단이 매각하는 지분의 가치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매각금액은 최소 1조원 이상의 가격을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인수후보들간 경쟁이 더해질 경우 1조5000억원 이상으로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브릿지스톤과 미쉐린, 중국화공 등이 금호타이어의 잠재 인수후보군으로 뽑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 IB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개인자격으로 끌어모으기 힘들 것으로 보고,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한 뒤 응찰자로 입찰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설립해 보다 수월히 자금을 모으고 입찰에서 최고가를 써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시나리오다. IB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 쪽에서 우선매수청구권 포기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자금모집이 가장 중요한 이슈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를 위해 모험을 감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아직 채권단에서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바가 없다”며 공고가 나온 후 진행상황을 봐서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금호타이어는 기술력과 품질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점과 미국 및 중국 영업망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연구개발(R&D) 연구소가 용인에 소재해 있어 대전에 있는 한국타이어에 비해 우수한 연구원 확보가 가능하며 실제로 요코하마타이어와 기술제휴를 바탕으로 세계 최상위권의 R&D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된다. 회사가 오랜 기간 워크아웃으로 몸을 사려왔던 만큼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이 이뤄지면 얼마든지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는 점도 매물로서 매력적인 요소다.
현재 금호타이어는 광주, 곡성, 평택 등 국내 3개와 남경, 천진, 장춘 등 중국 4개, 미국과 베트남에 각각 2개 등 총 9개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정석우 기자 / 김효혜 기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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