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때깔나게 정비하고 닦아놔도 폭스바겐은 이제 거들떠도 보지 않네요. 거래가 ‘씨가 말랐어요.”(서울 성동구 장한평 중고차 시장 딜러A씨)
정부가 아우디·폭스바겐 32개 차종 79개 모델에 대한 인증취소를 전격 검토하면서 중고 시장에선 이미 해당차량들이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서울 성동구 장한평 중고차 시장에서는 폭스바겐 차량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고 온라인 중고차 매매 시장에서는 해당 차량들의 매물이 ‘홍수처럼 쏟아지면서 ‘폭시트(폭스바겐+엑시트)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인증이 취소되면 신차는 판매가 정지되고 기존에 판매된 차량은 과징금과 리콜명령이 내려진다. 사실상 국내 퇴출 상황까지 예상되면서 중고차 값 폭락 전에 팔고 빠지려는 소비자들 움직임이 가시화됐다는 얘기다.
지난 12일 서울 장한평 중고차 시장에서 만난 A씨(48)는 자신이 보유한 2013년식 폭스바겐 티구안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 중고차 매매 거리를 하염없이 돌고 있었다. A씨는 이달 말 판매 정지가 되면 앞으로 차량 정비나 수리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냐”며 중고차 값이라도 제대로 받기 위해 휴가 중인데도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현장에서 차량 시세를 확인한 뒤 중고차 매매상 서너 곳을 들렀지만 알고 있던 시세보다 너무 떨어진 가격을 제시하는 데, 딜러들이 너무 가격을 후려치는 것 아니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중고차 매매상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재고로 확보했다가 졸지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폭스바겐 차량을 두고 제값주고 사서 손해를 입게 됐다”며 입을 모았다. 실제로 지난 11일 기준 서울 중고차 ‘차량 회전일 현황(매매현황)에 따르면 장한평시장에서 1주일 간 폭스바겐 차량의 중고차 판매 대수는 6대에 불과했다. 최근 수개월사이 거의 ‘반의 반 토막 난 수준의 판매량이다. 중고차 매매업을 하고 있는 강명수 씨는 폭스파겐 사태가 터지기 전인 작년 여름에는 한 주간 폭스바겐 차량이 50대 이상 나간 적도 있었다”면서 중고 매매상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차량 가격을 낮춘다 해도 그 가격에 차량을 사는 고객이 없는 상황이라 매매량이 급감하고 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곳 딜러들은 폭스바겐 차량은 이미 몇일 전 부터 수백만원 정도 낮춰서 매입 중이다. 이 곳서만 40년 이상 매매업을 하고 있다는 최봉영 씨는 마당세(중고차 시장 주차료), 광택비, 감가상각비 등을 고려해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예전보다 200~300만원 정도 가격을 깎아 매입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시장에서 ‘폭시트 상황은 더 심각한 모습이다. 온라인 중고차 중개 사이트 SK엔카, 보배드림 등에 따르면 온라인 중고차 판매 사이트에 등록된 폭스바겐 차량의 매도 요청은 지난 1월 1476건에서 1945건(6월 등록 기준)으로 30% 이상 ‘껑충 뛰었다. 그마저도 아직 확실히 판매정지가 결정나지 않아 이 정도지 확실히 ‘퇴출 낙인이 찍힐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게 온·오프 도매상들의 한 목소리다. 거래 자체가 실종될 거란 예상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존 고객들에 대한 애프터서비스(AS) 등 서비스가 유지 안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에서 중고차 매매시장이 얼어붙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섣불리 저가에 차량을 팔아 손해를 떠 앉기 보단 소송을 통해 법적 보상을 받는 게 낫겠다 판단하는 소비자들도 늘어가고 있다.
현재 법무법인 바른에서 추진하는 폭스바겐 관련 소송에는 4500여명이 참여했고 인터넷 폭스바겐 관련 카페에서는 다른 차주들의 참여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대표변호사는 미국 폭스바겐 법인이 만든 광고가 한국에도 그대로 유투브에 링크돼서 볼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미국에서 폭스바겐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우리도 이번 일을 계기로 집단 소송제도나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등을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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