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악화로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성장한 국내 메모리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고정비 비중이 높은 산업인데 맡은 물량이 줄어들면서 실적에 타격을 입고 있다는 설명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셈, 윈팩, 에이티세미콘 등 반도체 후공정 업체들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적자전환한 이래로 올해 1분기도 적자를 지속했다.
하이셈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1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영업손실 4억원에서 더 악화됐다. 윈팩도 같은 기간 영업손실이 9억원에서 30억원으로 늘어났다. 에이티세미콘은 1분기 영업손실 3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하이셈은 반도체 테스트 사업을 하고 있으며 윈팩과 에이티세미콘은 테스트 사업에 패키징 사업까지 영위하고 있다.
테스트 공정은 반도체를 최종 출하하기 전에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는지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공정이다. 출하와 상관없이 생산하면 거쳐야하는 필수 과정이다. 사업초기 대규모의 설비투자가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고 고정비 비중이 높은 게 특징이다. 하이셈, 윈팩, 에이티세미콘도 반도체 물량이 줄어들면서 매출이 감소했다. 이로써 고정비 비중이 커져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테스트 공정이 고정비가 높다는 점에서 외주업체에 맡기면 리스크를 떠안고 가지 않아도 된다. SK하이닉스(옛 하이닉스)는 지난 2000년대 초반 전문 테스트 업체를 통해 테스트를 진행하는 방식을 도입하면서 관련 사업이 성장했다. 지난 2007년에는 하이닉스 협력업체 35개사가 공동 출자해 반도체 테스트를 위한 하이셈을 설립하기도 했다. 당시 제조사와 협력사간의 ‘상생협력 사례로 주목받았다.
다만 2012년 하이닉스의 주인이 SK그룹으로 바뀌면서 외주정책에도 일부 변화가 있다고 전해졌다. 여기에 업황 악화로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하락하자 메모리 반도체 테스트 업체들에도 연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과거 전체 출하량의 30%를 외주업체에 줬는데 지금은 더 줄였다”며 업황 때문에 테스트 물량이 줄어들기도 했고 SK하이닉스가 내재화 비율을 늘린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테스트 공정은 고정비 원가 비중이 높고 감가상각비가 절반 정도 차지한다”며 매출이 떨어지는만큼 영업이익이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 몇년 전만 봐도 제품이 단일화돼 소품종 대량 생산으로 많이 찍어냈는데 최근에는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바꼈다”며 관련 장비 등의 문제로 대량으로 찍어낼 때보다 외주업체가 맡는 물량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업체들은 SK하이닉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연이은 적자상태가 지속되면서 신사업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윈팩이다. 윈팩은 지난 4월 미국 의료기기 연구개발 전문기업 TSI의 당뇨관련 의료기기 자회사 트랜스더말 스페셜티스 글로벌(TSG)의 주식 264만5502주(7.39%)를 약 46억원에 취득했다. TSI의 ‘더 U-스트립 시스템의 아시아 지역 판권 확보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알려졌다. 더 U-스트립은 체내로 인슐린을 비롯한 약물을 주입하게 해주는 의료용 패드다. 하이셈도 신사업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다. 다만 에이콘세미콘은 반도체 후공정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의존도가 높은 협력사들은 SK하이닉스 실적 회복되면 같은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실적이 올해 3분기를 시작으로 내년에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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