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자24시]김구라, 가정사 언급 안해도 직무유기 아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방송인 김구라는 '소처럼' 일하고 있다. 자신의 캐릭터를 프로그램의 입맛에 맞게 잘 살려 그야말로 종횡무진 중인데, 그가 방송에서 풀어놓는 다양한 이야기 중 중 유독 가정사와 관련한 내용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주지하다시피 그가 잊을만 하면 언급하고 있는 가정사는 전(前) 아내가 진 17억 원에 달하는 채무 관련 이야기와 이혼, '돌싱' 아버지로서 아들 김동현과 티격태격하는 일상 등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굳이 알리고 싶어하지 않을 소재들이지만 김구라는 처음 이를 '터뜨린' 순간부터 일관성 있게 스스럼 없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가 자신의 가정사를 꾸준히 언급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12일 신규 예능 프로그램 '솔로워즈' 홍보차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김구라는 이에 대한 '이유 있는' 소신을 드러냈다. 간단히 말해 "방송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정사)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런 이야기를 안 하는 건 방송인으로서 직무유기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과연 투철한 직업정신이다. 그런데 이같은 김구라의 발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의외로 호의적이지 않다.
이혼 그리고 이혼가정의 삶이 개인의 아픔임은 분명하지만 그가 이를 '토크 소재'로 삼은 만큼, 냉정히 말해 이는 지난 1년간 쉼 없이 소비된 닳고 닳은 소재며, 그러면서도 여전히 이 사회에서 계속 듣고 있기 불편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그의 '직무유기' 발언은 이른바 리얼 토크 시대, 카메라 앞 자연스러운 토크 도중 '자체 필터링'이 가해져서는 안 된다는, 대중에게 한치의 가감도 없이 진실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방송인의 책무를 뜻할 터다.
하지만 그와 관련된 토크가 '기승전 개인사'가 되고 있고, 이에 대해 대중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혹시 그 스스로 불필요할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카메라 앞에서 쏟아내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이혼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이른바 '쏘쿨'한 태도는 좋다. 이혼한 아내의 빚잔치를 대신 해주고, 이를 자신의 숙명으로까지 받아들이는 자세는 감히 누구도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들이 쉼없이 재생산되는 만큼, 그에 대한 관심이 휘발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현 시점 다수 네티즌 반응은 "더는 언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에 가깝다.
'언제는 궁금해하더니 이젠 말해줘도 듣기 싫다 하냐'며 억울할 수도 있겠으나, 빠르게 달아오르고 더 빠른 속도로 차갑게 식어가는 대중의 심리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김구라가 아닌가.
더 이상 가정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해도, 누구도 김구라에게 직무유기”라 하지 않을 터다. 뭐든 과해서 좋을 건 없다. 적당한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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