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銀) 값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브렉시트 여파로 안전자산으로서 투자 수요가 몰린 탓이다.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 지연 등 글로벌 경기부양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산업재로서 은의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3~6개월 단기적으로 보면 금보다 은의 투자 매력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은값은 금에 비해 오를 때는 더 많이 오르고 내릴 때는 더 빠져 변동성이 크다. 이 때문에 파생결합증권(DLS)과 같은 형태의 중장기 투자 상품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은값은 지난 6일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서 트로이온스당 0.29달러 상승하며 20.16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 8월11일 20.06달러 이후 거의 2년 만에 20달러대를 돌파한 것이다. 이후 국제 은값은 20달러선에서 등락하다 11일엔 20.26달러를 기록했다.
은값 상승세는 브렉시트 이후 두드러진다. 브렉시트 결정 직전인 지난달 23일 트로이온스당 17.35달러였던 은값은 11일까지 불과 12거래일 만에 16.8%나 올랐다. 같은 기간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1261.20달러에서 1355.0달러로 7.4% 상승했다. 은이 금보다 두배 이상 오른 것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후 주요 32개 원자재(농산물 포함) 가운데 은 값 상승폭이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이후 나타난 글로벌 투자자에서 나타난 이중심리가 은값 폭등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우선 안전자산 선호심리다. 브렉시트로 파운드화가 폭락하는 등 통화자산에 대한 전반적인 불안감이 커지면서 헤지수단으로 금과 함께 은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또 브렉시트를 계기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 지연 등 주요국들의 유동성 확대 정책에 의한 경기부양 기대심리도 은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황병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금과 달리 은의 경우 50% 이상이 산업용으로 쓰이기 때문에 경기부양 기대감이 조금이라도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하면 은에 대한 투자 수요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만 놓고 본다면 은값 상승 속도가 금값보다 빠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은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라면 상장지수펀드(ETF)가 낮은 비용으로 손쉽게 사고팔 수 있는 투자수단이 될 수 있다. 은 ETF(KODEX 은선물)는 브렉시트 이후 최고 21.1% 상승했다. 금 ETF(KODEX 골드선물) 상승률 8.4%와 비교하면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투자비용은 매매 수수료를 포함해 연 0.7% 수준이다. 귀금속 펀드에 투자할 때 비용이 연 2%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3분의 1로 저렴하다.
다만 은값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면 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하는 특성이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만기 3년 동안 발행시점 대비 기초자산 가격이 50% 이상 하락할 경우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DLS가 대표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라면 올해 상반기 조기상환된 은 기초자산 DLS 9014억원(발행액 기준) 가운데 42%에 해당하는 3798억원어치 DLS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손실 총액은 약 2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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