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두산重, 에너지저장장치 원천기술 美기업 인수
입력 2016-07-12 15:45 

두산중공업이 전기자동차 산업 성장 등에 따라 주목받고 있는 에너지저장 분야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 회사를 인수하며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에 가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2년여간의 굵직한 자산을 잇따라 매각하며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올해 1분기부터 흑자 전환한 두산은 에너지저장장치사업을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선정한 바 있다.
두산중공업은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미국 원에너지시스템즈(1Energy Systems) 지분 100%를 인수했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3월 취임한 박정원 신임 두산그룹 회장이 해외 기업을 인수한 첫 사례다. 두산중공업은 이 회사명을 두산그리드텍(Doosan GridTech)으로 변경했다.
ESS는 전력 사용량이 적은 시간에 배터리에 전기를 비축해 두었다가 사용량이 많은 시간에 전기를 공급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설비다. 특히 출력이 일정하지 않은 풍력과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ESS를 통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2011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설립된 원에너지시스템즈는 ESS 분야 선두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두산 측은 인수금액을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수백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두산은 성장성이 있는 분야의 기술기업을 사들여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두산중공업이 ESS와 소규모 전력망 시장에 본격 진출한 것을 지난해 9월이었다. 두산이 지난 2014년 연료전지분야 선두업체인 미국 클리어에지파워를 인수하며 연료전지 사업에 시동을 걸었던 것과 비슷한 사업 전략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번 인수로 두산그룹은 코네티컷주에 연료전지 거점, 워싱턴주에 연료전지 거점을 각각 두게 된다. 미래 신에너지 사업을 위한 미국 내 전략적 거점을 동서부에 걸쳐 확보한 셈이다.
창업자인 데이비드 캐플란(David Kaplan)은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지난 2006년 V2그린을 창업하는 등 전력망, 전기차 사업 분야에서 일해왔다. 그는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 출신 엔지니어들과 함께 5년 전 원에너지시스템즈를 설립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ESS 제어시스템 소프트웨를 북미 전력업체에 공급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두산그리텍 최고경영자는 최대진 두산중공업 상무가 맡지만 창업자인 데이비드 캐플란도 이 회사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남아서 협업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 측은 이번 인수로 ESS의 설계, 설치, 시운전 등의 과정을 일괄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전세계 ESS 시장은 2025년께 1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ESS 시장 확대를 위해 정책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일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 비율을 7% 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에너지 신산업 성과 확산과 규제개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ESS 분야에 4조 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이번 원에너지시스템즈 인수로 전세계 ESS 시장 공략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며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국내와 북미 지역을 집중 공략하며 중장기적으로 동남아와 유럽 지역까지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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