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 뭉칫돈의 피난처 역할을 하며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으로 각광받는 중소형 빌딩 시장이 연초 예상치 못한 침체에서 벗어나 반등세를 보이며 상반기를 마무리했다. 공급부족 탓에 4분기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거래량이 2분기 들어 다시 상승곡선을 탄 것이다. 하반기에도 이런 시장 훈풍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권이 수익형부동산 대출도 조이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11일 중소형빌딩 전문 중개업체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분기에 매매된 중소형 빌딩 거래량은 총 222건으로 1분기 192건보다 15.6% 늘었다. 상반기 전체를 보면 414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501건보다 줄었지만, 분기당 거래량이 작년 2분기 307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후 같은해 3분기 277건, 4분기 258건을 거쳐 올해 1분기 192건으로 뚝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반년 넘게 계속된 거래 하락세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문소임 리얼티코리아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역대 최다 거래량을 기록하자 인기 지역 주요 매물이 모조리 사라져 1분기 거래도 크게 줄었지만 최근 건물주들이 다시 매물을 내놓으면서 거래가 회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중소형 빌딩 시장을 주도한 것은 개인 자산가들과 50억원 이하 초소형 빌딩이었다. 1·2분기 전체 거래량(414건) 가운데 50억원 이하 빌딩 거래는 285건으로 비중이 68.8%에 달했다. 거래금액도 7900억원, 33.6%로 모든 금액대별 거래액 중 가장 많았다.
상반기 중 개인이 거래한 중소형 빌딩 매매건은 309건에 달해 99건에 그친 법인을 압도했다.
지역별로는 강남구의 인기가 압도적이었다. 강남구에서만 팔린 중소형 빌딩은 상반기 88곳으로 2위인 서초구(40곳)의 배를 넘었다. 마포구(38곳)와 송파구(36곳), 종로구(14곳)가 뒤를 이었다. 이 ‘톱(top) 5 지역에서만 총 216건이 손바뀜돼 같은기간 전국 거래량의 52%를 차지했다.
2분기들어 호황으로 돌아선 중소형 빌딩 매매시장 분위기가 하반기에도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의견이 엇갈린다.
이진석 리얼티코리아 상무는 브렉시트(brexit)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도 사실상 힘들어진 상황”이라며 국내 기준금리가 오히려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하반기에도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가 중소형 빌딩 투자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악화된 은행권 대출환경이 악재로 작용해 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준석 신한은행 PWM프리빌리지 서울센터장은 일부 은행이 주택 뿐 아니라 빌딩구매에 필요한 임대사업자용 대출도 금리를 올리고 대출한도를 빡빡하게 잡는 등의 방법으로 돈줄 죄기에 나섰다”며 대출에 민감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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