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국 동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 라인의 성공을 이끈 인물들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 회사의 일본 자회사인만큼 한일 양국의 핵심 임원들 공이 적지 않다.
우선 이해진 네이버 의장(49)의 끈질긴 도전, 신중호 라인 CGO(글로벌사업총괄대표·44)의 실행이 성공을 뒷받침했다. 이들의 만남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에서 검색 서비스로 고배를 마신 네이버는 2006년 검색서비스의 고도화를 위해 신생 벤처인 ‘첫눈을 인수했다. 당시 신중호 라인 CGO는 스노랭크라는 검색 방법을 개발한 첫눈의 핵심 개발자였다. 첫눈은 구글 인수 제안을 받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로 전도유망한 회사였다. 그 회사를 네이버가 350억 원에 인수했다. 글로벌에 올인하고 있던 이 의장 의지의 표현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핵심은 사람이었다. 이 의장은 첫눈 핵심 개발자들과 한 배를 타야 했다. 이 의장은 인터넷은 글로벌이고 세계에서 통해야 의미가 있는 서비스”라며 글로벌 진출에 대한 의지를 설파하며 개발자들 마음을 움직였다고 한다. 그때 이 의장 진성성이 통했던 지 첫눈 개발팀은 큰 이탈 없이 네이버에 합류했고 신 CGO도 네이버 핵심 멤버로 활약하게 된다.
이 의장은 네이버 검색센터장이던 신 씨를 2008년 일본에 보낸다. 2007년 11월 네이버재팬을 다시 세우고, 일본 문을 다시 두드리겠다는 포부였다. 신 씨는 일본에서 네이버 인지도는 매우 낮은 상황이었기에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일본어를 전혀 못하던 그가 3개월만에 이를 마스터할 정도로 전력투구했다. 현지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 일본 직원들과 융화해야한다는 절박함이었다.
신 씨와 현지 직원들은 곧바로 검색 서비스를 내놨다. 그러나 야후재팬과 구글 아성에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사라졌다. 다시 한번 실패의 쓴 맛을 봤다. 그러다 ‘모바일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되자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신 CGO는 PC시대 강자들을 물리칠 수 있는 기회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은 인터넷 기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가 주는 가치를 다시 확인시켜줬다. 네이버재팬 멤버들은 지진 여파가 계속되던 4월 말 무렵 라인을 기획하기 시작해 한달여만인 6월 라인을 내놨다. 지진 여파로 사람들이 불통의 공포에 빠져 있을 때 라인은 혁신 서비스로 일본 내에서 이름을 날렸다. 이후 라인은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의 국민메신저로 거듭나면서 승승장구했다. 신 CGO는 이 의장의 오랜 재팬 드림을 이뤄준 특사였다. 실패와 성공을 동시에 맛봤던 신 CGO는 지난 5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에서 일하는 동안 10개 정도의 다른 회사를 다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회상했다.
신 CGO와 함께 라인 신화를 쓰고 있는 이 의장은 오는 15일 강원 춘천에 있는 네이버 인터넷센터(IDC) ‘각에서 간담회를 열고 라인 글로벌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신 CGO는 라인 상장으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대박을 터뜨리게 됐다. 라인에 따르면 그는 총 1026만4500주의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라인 공모가가 3300엔임을 감안하면 이는 338억7000엔(389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 의장보다 많은 규모다. 지난 5년동안 일본에서 고군분투하며 라인 신화를 만든 신 CGO에 대한 보상이라는 해석이다. 이 의장 스톡옵션은 557만2000주로, 2회에 걸쳐 스톡옵션을 받은 신 CGO와 달리 이 의장은 라인 출시 당시 1회만 스톡옵션을 받았다.
라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위력적 플랫폼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일본 경영인들 몫도 적지 않다. 일본 언론은 라인을 낳은 건 네이버지만 라인을 키운건 ‘라이브도어”라고 소개할 정도다. 라이브도어는 일본 최대 블로그 서비스 업체였는데, 지난 2010년 라인에 인수됐다. 라이브도어 인수는 라인이 모바일 서비스로 무게 중심을 옮길 수 있었던 신의 한 수로 불리기도 한다. 이때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최고경영자(CEO·43)를 비롯해 현지 개발자들이 대거 합류했다. 이데자와는 아사히생명보험에 입사했다가 라이브도어 전신인 온더엣지로 전직한 인물이다. 2010년 라인 전신인 NHN재팬이 라이브도어를 인수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데자와 CEO는 메신저 앱 시장은 세계 무대에서 펼치는 경기”라며 이곳에서 이기려면 기어를 올려야한다”고 강조한다. 인수합병이나 사업확장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라인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모리카와 아키라 라인 전 CEO(49) 역할도 컸다. 그는 니혼TV, 소니 등 일본의 번듯한 직장을 박차고 나와 2003년 한게임재팬에 들어갔다. 한게임재팬이 라인에 통합되면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라인CEO를 맡았다. 라인 내 연공서열을 없애는 등 혁신적 기업가로서 늘 손정의와 함께 손꼽히는 인물이다. 마스다 준 라인 집행임원(CSMO·Chief Strategy & Marketing Officer·39)도 중요 인물이다. 바이두재팬 부사장이었던 그는 2008년 네이버재팬 입사 후 사업전략실장과 최고전략책임자를 맡았다. 현재는 라인의 사업, 서비스, 전략, 제휴, 마케팅 등을 담당하는 살림꾼이다.
[이경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