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나토와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럽에 신(新)냉전 시대가 도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나토는 8~9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기 위해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나토는 냉전 시대에 러시아의 영향 아래 있었고, 현재는 러시아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와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4개국에 4개 대대의 병력, 4천 명 이상을 파병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이 폴란드에 1천 명의 병력을 보내기로 한 것을 비롯해 영국 650명, 독일 500명 등 각 회원국이 참여합니다.
나토의 이런 병력 증강은 냉전 시대 종식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나토는 러시아의 턱밑에 병력을 파병함으로써 러시아가 이들 국가에 군사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면 자동개입할 수 있는 일종의 '인계철선'을 마련했습니다.
나토는 또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이 동유럽에 배치한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의 지휘통제권을 넘겨받았습니다. 미국은 이 MD 시스템이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러시아는 자국의 핵무기 능력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해왔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토는 사이버 안보 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하고 사이버 영역도 공식적인 작전영역에 포함했습니다. 한 회원국이 사이버 공격을 받으면 나토 전체가 공격을 받은 것으로 간주, 재래식 무기를 동원해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또한 러시아를 겨냥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이번 회의에서 나토 정상들은 "나토 영역 내에서의 군사적 도발 행위를 비롯해 러시아의 침략적 행동들이 유럽지역 불안정의 근원이 되고 있고, 동맹에 근본적인 도전이 되며 자유롭고 평화로운 유럽을 위협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유럽 안보를 위해 창설된 나토는 냉전 종식 이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고, 역할 부재론까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전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해 크림반도 지역을 강제 합병하자 러시아를 위협 대상으로 간주하기 시작했고, 이후 러시아의 위협에 무력충돌을 불사하겠다며 강력하게 대응했습니다. 이로 인해 나토와 러시아는 냉전 이후 최악의 군사대치를 보여왔습니다.
이번 정상회의 결정에 대해 나토는 향후 우려되는 러시아의 군사적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도 앞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내년 1월까지 6개월 연장했습니다.
러시아는 나토 결정을 "유럽에서 새로운 위기를 조장하는 도발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도 인테르팍스 통신 인터뷰에서 "나토가 냉전 시대로부터 열전시대를 위한 준비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단지 방어에 관해 얘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공격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토와 러시아는 일단 대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슨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정상회의 기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신냉전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러시아와 의미 있고, 건설적인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토와 러시아는 13일 브뤼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3개월 만에 회담을 재개하기로 해 주목됩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의 결정으로 13일 회담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관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다만 나토나 러시아 모두 과거 냉전 시대를 다시 불러오는 군사적 대치가 도움이 안 된다는 점에서 시간을 두고 긴장완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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