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직장에서 가까운 곳이 주거수요도 많고 집값도 오를 겁니다.”
직장에서 퇴근 후 개인일정이 중요해지는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따라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직주근접이 주거문화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학군이 집값을 좌우하는 시대에서 앞으로는 좋은 직장이 몰려있는 직군이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키워드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부동산업계에선 광화문을 비롯한 도심(CBD), 강남(GBD), 여의도(YBD) 등 세 곳을 오피스 빌딩이 많이 몰려 있는 서울의 3대 직군으로 본다. 특히 중구와 종로구 등 도심권의 주거 공급은 오피스 공급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돼 향후 가치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10일 신한은행이 조사한 서울 3대 직군별 아파트 현황을 살펴보면 6월 말 현재 도심인 중구와 종로구의 오피스는 면적 기준 947만151㎡인데 반해 아파트는 3만2075가구에 불과하다. 강남구, 서초구를 포함한 강남권역은 오피스 면적이 1369만2782㎡, 아파트는 21만 3138가구에 달한다. 마포구, 영등포구가 위치한 여의도 권역은 오피스 면적이 485만7564㎡, 아파트는 12만2871가구인 것으로 집계됐다. 주거와 업무공간의 구분의 불분명한 오피스텔은 도심이 1만3334실, 강남권 4만4380실, 여의도 3만8830실로 조사됐다.
광화문을 중심으로 하는 도심권은 일자리에 비해 주택수가 적어 집값이 안정적이고 고소득 국내외 근로자가 많아 월세수요도 풍부한 편이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도심권의 경우 예전에는 학군이 떨어지고 유흥상권이 형성되어있어 선호되는 주거지가 아니었으나 최근에는 직주근접성이 중요시되고 월세가 잘나오는데다 집값이 쉽게 안떨어져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거지로 도심이 다시 주목을 받는 이유는 2010년 이후 연면적 5만㎡이상 프라임급 오피스 준공과 기업들의 이주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도심권 CBD에서 진행된 굵직굵직한 오피스 프로젝트로는 2010년 미래에셋 센터원, 페럼타워, 2011년 시그니처타워, 파인애비뉴, 스테이트타워남산, 2012년 스테이트타워광화문, 케이트윈타워, 2013년 그랑서울, 센터포인트광화문, 2014년 D타워, 2016년 신한L타워 등이 대표적이다. 이 기간 동안 미래에셋, 동국제강, 아모레퍼시픽, 하나대투증권, 법무법인 세종, BMW코리아, 현대제철,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매일유업 , GS건설, 김앤장, MBK파트너스, 신한생명 등 기업들이 새로 지은 오피스에 둥지를 틀었다.
반면 금융업계의 성지였던 여의도 YBD의 경우 2011년 원IFC, 2012년 투IFC, 쓰리IFC, 2013년 FKI타워 등이 지어졌지만 대우증권, 대신증권, 삼성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동양증권과 같은 금융, 증권업이 대거 광화문, 을지로와 같은 도심으로 이동하며 여의도의 탈금융화가 가속되고 있다. 대신 딜로이트, 소니코리아, 필립모리스, 근화제약, 니베아, 한국IBM, LG CNS, 한화건설 등이 입주해 업종을 다양화하는 추세다.
강남 GBD에도 2011년 GT타워, 포바강남타워, 2012년 수서오피스빌딩, 동일타워, 2014년 SK네트웍스가 공급되고 GE에너지, 퀄컴, 효성 등이 자리를 잡았다. 또 삼성물산이 서초타운에서 판교로 이전했지만 다른 삼성계열사들이 빈 자리를 채우면서 안정세를 찾고 있다. 리얼티코리아 문소임 과장은 출퇴근시간은 근로소득의 기회비용이기 때문에 미혼이나 취학자녀가 없는 맞벌이 부부들이 직장근처에 집을 잡으려는 수요가 많은 편”이라면서 외곽에서 출퇴근하던 직장인들이 도심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두드러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도심지의 집값이 비싼 만큼 주거비를 감당할 수 있는 계층이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적잖은 셈이다. 박희윤 모리빌딩도시기획 한국지사장은 소비성향이 강한 젊은 고소득층이 도심에서 일과 주거, 여가를 동시에 해결하면서 낙후된 도심이 재생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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