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 정병국, 친박계 한선교 의원이 10일 새누리당 당권 도전을 나란히 선언했다. 이로써 이주영, 김용태, 이정현 의원을 합해 모두 5명이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계파별로 나눠보면 친박계 3명, 비박계 2명인 셈이다.
친박계 매파가 추대하려는 서청원(8선) 의원은 이번주 초 최종 결심을 밝힐 예정이고, 나경원(4선) 의원은 서 의원 출마시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대항마로 나서겠다는 조건부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원유철(5선)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살아 있다. 이들이 모두 뛰어들면 최대 8명이 당 대표직을 놓고 치열한 레이스를 펼칠 전망이다. 정병국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야외 출마회견을 가졌다. 개혁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흰색 셔츠에 청바지, 노타이 차림으로 나섰다.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치 총리나 스페인 포데모스 대표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의 유세 현장을 연상케 하는 복장이었다. 정 의원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끈 상도동계 막내로 정치에 입문해 수도권에서 5선을 했다. 남경필, 원희룡 지사와 함께 이른바 ‘남원정이라고 불렸던 당내 소장파의 원조 격이다.
정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는 권력이냐 국민이냐를 선택하는 중대한 분수령”이라며 20대 총선에서 표출된 민심을 받들어 당의 전면적 쇄신과 나라의 대개조를 위해 나섰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러면서 친박계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천박한 계파 싸움에만 몰두해 국민을 상대로 갑질 정치를 벌였다”면서 새누리당의 오만한 갑질부터 없애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 갑질의 시대를 끝내고 국민과 당원 모두 하나되는 수평의 시대를 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공익이 아닌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 때문에 (총선에서)진 것 아니냐”며 새누리당이 살려면 국민의 정당한 분노에 무조건 항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누가 나오면 나오고, 누가 추대해주면 나온다는 사람들이 새누리당을 바로세울 수 있겠냐”면서 서 의원과 나 의원을 동시에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무성 전 대표가 (나에게)총대를 매라고 했다”, 나경원 의원은 (내 캠프의)선거대책위원장도 할 수 있다고 했다”는 등 비박계 대표성을 주장했다.
대기업 규제와 노동개혁간 ‘빅딜, 개헌 공론화 등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정 의원은 야당은 대기업을 손봐야 한다고 하고, 여당에선 노동 개혁을 말한다”며 두 문제를 여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경제개혁위원회를 설치해서 초당파적으로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와 불임 국회로는 분노하는 국민의 시대적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개헌을 통해 제7공화국 체제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때 ‘원조 친박으로 꼽혔던 한선교 의원도 ‘간판 교체를 주장하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의원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의 변화와 혁신은 인적 교체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면서 당의 얼굴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파 청산에 대해선 원래 태생이 친박”이라면서도 친박이 갖고 있던 기득권을 다 내놓겠다”고 밝혔다. 특히 친박계 일부가 모바일 투표 도입을 좌절시킨 것을 비판하며 친박 주류와 선을 그었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강력한 힘을 가진 특정 계파가 모바일 투표 불가를 선언하고, 서슬이 퍼렇던 비상대책위도 꼬리를 내렸다”며 그들 뜻대로 끌고 갔는데 이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총선 책임론에 대해선 이번 총선 참사가 누구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은 비겁한 책임 회피”라며 우리 모두가 책임지자”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청원 의원 측은 지난 8일 청와대 오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서 의원에게 ‘후배들 지도하느라 애쓰신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국회의장을 포기하고, 복당 문제를 잘 마무리한 것을 치하한 말씀으로, 당 대표에 나가라는 뜻으로 들을 얘기는 아니다”라면서도 아직 (서 의원이)고민 중”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신헌철 기자 / 김명환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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