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7월 7일 뉴스초점-'받은 만큼' 일 하나?
입력 2016-07-07 20:38  | 수정 2016-07-07 20:58
'티끌모아 태산'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모이고 또 모이면 나중에 큰 덩어리가 된다는 말이죠.

그런데 요즘은 이 말이 잘 와닿지 않습니다.

한 푼, 두 푼 모으는 것이 중요하기는 한데 내가 피땀 흘려 노력해 한 푼, 두 푼 모을 때 별 노력없이 엄청나게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아 보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런 직장이 있습니다.
개인 비서를 9명씩 둘 수 있고 차량도 지원해주고 기름값도 지원해주고 항공기와 철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사내에 있는 병원과 목욕탕·헬스장을 가족 모두가 다 이용할 수 있는 곳입니다. 월급은 천만 원이 넘는데 출근하지 않아도 월급에서 그리 빠지는 건 없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꿈의 직장'이죠.
하지만, 이곳이 일반 기업이 아닌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국회라면 말은 달라집니다.


지금 보시는 게 지금 국회의원들의 월급, 세비 내역입니다. 기본급 646만 원을 비롯해 각종 수당을 합쳐 월 1,149만 원, 1년이면 1억 4천여만 원이 넘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죠.
수당 외에 월간 지원 경비가 또 있어서 차량유지비부터 업무용 택시비, 사무 용품비까지 연간 9천 200만 원을 더 받습니다. 쉽게 말해, 월급과 지원 경비를 합하면 월 2천만 원 가까이 받는거죠.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국민 1인당 GDP와 비교해서 따져볼까요.

영국 의원들은 영국 국민 GDP의 2.6배를 받고, 독일은 GDP가 우리나라의 2배인데 국회의원 월급은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비슷하게 받습니다. 한국 국회의원은 우리 국민 GDP의 무려 5배를 세비로 받아 가거든요.

많이 받는다고 나쁜 건 아니지요.
'그만큼 일을 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거지요.

18대와 19대 국회의원들의 입법 건수는 평균 1만 3천여 건…. 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이 중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6.9%' 밖에 되지 않습니다. 또한, 19대 국회 본회의 법안 투표엔 평균 '71%'만이 출석을 했습니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노회찬 / 정의당 원내대표 (4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
-국회의원 세비를 반으로 줄이더라도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 임금의 3배, 최저임금(6,030원)의 5배 가까운 액수입니다. 같이 삽시다.

지난 2009년 영국에선 이른바 '영국 의회 지출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습니다.

언론사 가디언이 4년 동안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된 수당과 지출 내역을 일일이 분석해 공개했거든요. 가족 식사비, 아이 학원비 등 온갖 남용 사실이 폭로되면서 영국 국민은 분노를 금치 못했고, '지출금 반납'은 물론 '실형 선고', 의원들의 '정계 은퇴'까지 이어졌습니다.

이후 의원들의 부적절한 수당 신청과 남용을 방지하도록 하는 '독립의회 윤리기관'이 창설됐고, 의원들에게 지급된 수당 내역은 누구나,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공개했습니다.

세비란 '국회의원의 직무활동과 품위유지를 위해 지급하는 보수'를 말합니다.

국회의원이 가져야 할 품위, 그것을 지키고 싶다면 영국 국민이 그랬듯 우리 국민들이 티끌 모으듯 쓰레기통에 버려진 '영수증'을 일일이 찾아내 그 내용을 확인하지 않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지금은 태산인 국회도 이 '티끌'에 의해 무너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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