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몸통 숨긴 외국계 헤지펀드, 공매도 공시제 실효성 논란
입력 2016-07-07 17:35  | 수정 2016-07-07 21:54
지난 5일부터 개별주식 지분 0.5% 이상 공매도 잔액 보유자 신원을 공개하는 '공매도 잔액 공시 제도'가 본격 시행됐지만 불과 이틀 만에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애초 공매도 잔액 공시제 도입 취지는 공매도를 누가 많이 했는지 실체를 공개해 과도한 투기적 공매도를 막자는 데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국내 주식시장 공매도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계 헤지펀드 등의 실체는 안 드러나고 껍데기나 다름없는 중개 증권사만 나타났기 때문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공시 기준 공매도 잔액 대량 보유자 19곳 가운데 9곳은 모건스탠리·메릴린치·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였다. 공매도 잔액 비율이 0.5%가 넘는 종목 수로 따지면 전체 418개 가운데 96.2%인 402개를 외국계 증권사가 갖고 있었다. 국내 기관투자가는 증권사 7곳, 자산운용사 1곳, 투자자문사 1곳 등 모두 9곳으로 숫자는 외국계와 같지만 공매도 종목 수는 고작 16개로 3.8%에 불과했다.
지난 4일 기준 개인으로는 처음으로 문성원 씨(56)가 코스닥 상장사 엠벤처투자를 0.5% 이상 공매도 중이라고 공시했다. 문씨의 신원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코스닥시장의 개인 큰손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 공매도의 몸통으로 꼽혔던 외국계 헤지펀드나 자산운용사는 단 한 곳도 공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외국계 펀드들은 공매도를 할 때 증권사에 위탁매매 주문을 내지 않고 실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스왑(swap·교환) 거래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스왑 거래란 공매도 주체는 증권사가 되지만 운용사가 수수료를 주고 공매도에 따른 손익은 가져가는 구조다. 국내 운용사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노출을 꺼린 외국계 헤지펀드는 일찌감치 스왑 거래를 하며 잔액 공시제 도입에 대해 콧방귀를 뀌고 있었는데 국내 펀드들만 전략을 노출하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잔액 공시제 도입을 적극 환영했던 상당수 개인투자자 사이에선 공시제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서는 6일부터 공매도를 아예 못하도록 하자는 '공매도 제도 폐지 청원'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공시제 실효성 논란에 대해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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