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머님∼"살뜰히 챙기는 척…2년간 노인 전재산 뜯어간 보험설계사
입력 2016-07-07 11:04 
노인 전재산 뜯은 보험설계사/사진=연합뉴스
"어머님∼"살뜰히 챙기는 척…2년간 노인 전재산 뜯어간 보험설계사



"어머님, 추우니까 보일러 꼭 틀고 주무세요." "저를 자식처럼 여기세요. 식사는 꼭 챙겨드시고요."

홀로 쓸쓸히 지내던 80대 할머니를 살뜰히 챙기는 척 하면서 이 노인이 평생 모은 쌈짓돈과 딸 결혼 자금을 2년에 걸쳐 모두 뜯어간 보험설계사가 철창신세를 지게됐습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투자하면 10%를 이자로 돌려주겠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보험 설계사 구모(43)씨를 구속해 검찰로 송치했다고 7일 밝혔습니다.

황모(86·여)씨는 2011년 3월께 마흔살에 얻은 늦둥이 딸(46)을 영국으로 유학을 보낸 뒤 딸의 보험 해약을 문의하려다 보험사 팀장이었던 구씨를 만나게됐습니다.

구씨는 황씨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외동딸의 결혼자금과 26년전 사별한 남편의 사망보험금, 평생 한푼 두푼 모은 돈을 저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구씨는 "숙부가 TV 광고에도 나오는 유명한 대부업체 중역이라 돈을 불려줄 수 있다"면서 "월 10%의 이자를 줄테니 돈을 투자하라"고 꼬드겼습니다.

구씨는 황씨가 하나밖에 없는 딸을 타국에 보내고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 점을 노려 '어머님'이라고 부르는 등 친근하게 굴면서 황씨의 마음을 빼앗으려 했습니다.

평소 근검 절약이 몸에 배어 돈이 아깝다는 이유로 과일을 잘 사먹지 않는 황씨에게 과일을 사들고 갔고, 아까워하지 말고 보일러를 꼭 켜고 자라고 하는 등 살갑게 대했습니다.

황씨는 이렇게 2013년 3월까지 2억9천700만원을 구씨에게 넘겼습니다. 황씨의 통장 잔고는 텅 비었습니다.

구씨는 약속한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매월 30만원씩만 황씨에게 줬고, 황씨가 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주식투자로 돈을 다 날렸다"고 실토했습니다.

석 달 뒤인 같은해 6월 구씨는 "어머니, 걱정 마시고 마음 편히계시라"면서 "나중에 스포츠 토토로 돈을 많이 벌어 빌린 돈을 꼭 갚겠다"며 각서도 썼습니다.

구씨는 황씨에게 더 이상 돈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2014년 여름께 연락을 끊고 잠적했습니다.

황씨는 딸이 걱정할까봐 피해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서 6∼7개월 구씨를 더 기다리다가 결국 작년 초 경찰에 고소장을 냈습니다.

황씨는 "구씨가 연락만 됐어도 고소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경찰에 말했습니다.

황씨는 고소인 조사를 받을 때 경찰과 함께 시켜먹은 배달음식이 남자 이를 싸서 집에 갈 정도로 근검이 몸에 밴 사람이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숨어 지내던 구씨는 잠적 2년여만인 지난달 27일 노원구에 있는 자신의 아버지 집에서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구씨는 "주식으로 수익을 내 돈을 갚으려고 했다"면서 "할머니에게 연락하지 못한 것은 휴대전화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진술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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