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브렉시트발 후폭풍에 글로벌 금융시장 또 ‘휘청’
입력 2016-07-06 17:11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다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발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달 23일 브렉시트 투표 이후 단기 쇼크에 빠졌던 금융시장은 지난주 회복세를 보이면서 진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총 90억 파운드(약 13조6000억원)에 육박하는 부동산자산을 굴리는 영국내 부동산 펀드에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이탈하는 ‘펀드런(fund run) 조짐이 나타난데다 이탈리아 은행의 부실채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브렉시트 여진이 되살아나는 양상이다.
특히 부동산펀드들이 줄줄이 자금인출정지 사태를 맞으면서 패닉이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영국 최대 부동산펀드로 규모가 44억파운드에 달하는 M&G가 5일(현지시간) 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전날엔 29억파운드 규모의 스탠다드라이프펀드와 18억파운드 규모의 아비바 펀드도 같은 조치를 내렸다. 브렉시트 투표 이후 쏟아지는 고객들의 환매 요청 때문이다.
부동산시장과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환매요구로 부터 시작된 자산시장 붕괴공포를 떠올리고 있다. 당시 부동산펀드 환매사태이후 영국의 부동산 가격은 수개월만에 고점 대비 40%가 하락하는 충격을 받았다. 부동산펀드 쪽에 가장 먼저 브렉시트 후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까닭은 작년 말부터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상투에 근접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1분기 대비 작년말 기준 런던의 평균 부동산 가격은 두배 가깝게 급등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은행 등 대형 기업 이탈과 함께 상업용 부동산과 고급 주거지의 공실사태는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JP모건은 4일 보고서를 통해 브렉시트 사태로 3년내 영국 주택 가격이 최대 35%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면서도 다른 국채에 비해 수익률이 좋은 미국 국채로 몰려들었고 이에 따라 미국 국채금리는 사상 최저치로 급락(국채값 사상최고)했다.

영국경제 위기론과 이틀째 이어진 영국 부동산펀드 환매 중단 여파로 파운드화 가치는 추락했다. 6일 오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는 파운드화 가치가 장중 1.2961달러를 나타내며 1985년 6월 이후 31년 만에 1.3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해준 은행들의 건전성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실물 경제도 영향을 받게 된다 ”며 부동산 버블 붕괴 우려는 브렉시트가 정치적 이슈에 불과하다는 기존의 인식을 변화시킬 만한 중대한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위험회피 심리가 고조되며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가치와 미국 국채가격은 급등했다. 그러나 엔고가 계속되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구두개입은 물론 직·간접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추가 엔고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달러당 엔화값이 90엔대에 진입할 경우 일본 정부의 시장개입과 일본은행의 추가완화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5일(현지시간) 1.367%까지 급락해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제이 윤 뉴욕라이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유럽 국채는 너무 비싸 투자할 가치가 거의 안남아있다”며 시장에서 투자할만한 몇 안되는 채권이 미국 국채이고 계속 미국 국채에 대한 입질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채금리가 추가 하방 압력(국채값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란 얘기다.
6일 국내 주식 시장에서도 코스피가 1.85% 급락하며 다시 1950대로 주저앉았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브렉시트 공포가 부풀려지다보니 다시 과도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코스피의 경우 특별한 악재가 추가되지 않는다면 곧 안정을 되찾으면서 1850~2050 사이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이지용 기자 / 용환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