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KBS 2TV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 4%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현성병원을 둘러싼 의혹이 밝혀지고 있지만, 관심도는 점차 떨어지는 모양새다. 배우 박소담, 공형진이 연기하는 경찰 역할은 전개와 맞아떨어지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5일 방송된 '뷰티풀 마인드'에서는 김민재(박세영)가 타인을 향한 공감 능력이 없는 이영오(장혁)을 병원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아세웠다. 이영오는 자신과 결혼을 약속했던 김민재에게 배신당했다.
이영오는 경찰 조사를 받던 중 혐의를 인정하다가도 다시 말을 번복했다. 이를 연기한 장혁은 "나는 의사다" "나는 의사가 아니다" 등의 서로 반대되는 말을 쏟아내면서 내면이 무너지는 이영오를 표현했다. 제작진이 앞서 "장혁의 폭발적인 감정 열연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고 귀띔한대로 장혁은 뒤흔들리는 인물의 불안감을 전했다.
이영오와 장혁의 연기는 시청자의 마음을 빼앗기 충분했지만, 이영오를 취조하던 노승찬(공형진 분)의 설득력은 아쉬웠다.
경찰 강력팀 팀장인 노승찬은 이영오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사회의 정의'를 강조하면서 컵을 집어 던지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형사로서 유력한 용의자에게 할 수 있는 행동이긴 했지만, 맥락 없이 갑작스럽게 흥분하는 듯 보였다.
노승찬은 그동안 현성병원 사건을 맡으려는 교통과 순경인 계진성(박소담)의 문제를 언급했던 인물이다. 계진성의 열정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그가 처한 현실을 짚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이영오와 뚜렷하게 맞닿았던 지점이 없던 노승찬은 취조 과정에서 '사회의 악'에 대한 불신을 그에게 투영했다. 이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없었기 때문에 노승찬의 일갈은 어색했다. 자아가 분열되는 듯한 이영오 옆에 있는 노승찬은 단순히 '뜬금없이 흥분하는 형사'로 그려질 수밖에 없었다.
공현진의 연기력보다는 그가 맡은 노승찬이라는 인물이 작품에서 설득력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겪는 이영오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승찬의 감정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이지만, 줄거리가 약한 캐릭터의 등장은 개연성을 헐겁게 했다.
노승찬에 앞서 계진성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지적이 있었다. 흰 가운 뒤에 속내를 감춘 의사들 속에서 계진성의 설자리는 좁았다. 사건 해결을 위해 뛰어다녔지만, 흐름에 어울리지 않는 엇박자로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공현진과 박소담의 연기보다는 이들의 경찰 캐릭터가 작품에 쉽사리 녹아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형진' '박소담'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듯한 역할로 시청자들의 탄식만 돋우고 있다.
이날 마지막 장면에서는 계진성이 마음까지 망가진 이영오를 끌어안았다. '교통과 순경'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이영오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게 될 계진성을 예고한 것이다. '뷰티풀 마인드'가 최종회에서 웃을 수 있으려면 계진성과 노승찬의 역할에도 나름의 의미가 부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in999@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