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간의 인수합병에 대한 심사보고서에서 ‘불허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심사 기간이 길었던 만큼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짙었었기에 관련 업체들도 당황하는 눈치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발송한 심사보고서를 통해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게 되면 유료방송 시장, 알뜰폰 시장에서 점유율이 크게 상승해 공정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SK텔레콤이 CJ오쇼핑으로부터 CJ헬로비전의 주식을 인수해서도 안 되며 합병해서도 안 된다는 심사보고서에 명시했다.
이같은 결정에 CJ와 SK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해 미디어 플랫폼을 강화하고, CJ그룹은 매각대금을 기반으로 문화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장 많은 무선 가입자를 가진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흡수하면 부족했던 초고속인터넷 회선, IPTV 회선 등을 확보해 결합상품에 따른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CJ그룹은 CJ헬로비전 매각 대금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 ‘광고 매출을 끌어올릴 심산이었다. 계열사인 CJ E&M가 운영하는 14개(tvN, Mnet, OCN 등)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지난해 광고 매출은 4671억원으로 지상파 방송사인 SBS의 4366억원을 웃돌았다.
◆ 23곳 중 21곳서 경쟁제한 우려…알뜰폰 독과점 가능성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간의 인수합병이 단행될 경우 나타나는 경쟁제한성을 확인하기 위해 방송권역별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CJ헬로비전이 가진 23개 방송권역 중 21개 지역에서 두 회사 합병 시 독점적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봤다. 또 15곳의 점유율이 60% 이상을 기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7조 4항은 경쟁 제한성 여부를 시장점유율 합계 50% 이상, 시장점유율 합계 1위, 2위 사업자와 점유율 격차가 1위 사업자 점유율의 25% 이상 등의 조건으로 판단한다.
알뜰폰(MVNO)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순위 변동이 일어난다. 현재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는 각각 1, 2위 사업자다. 지난 4월 말 기준 CJ헬로비전 가입자는 83만명(13.2%), SK텔링크 가입자는 81만명(12.9%)다.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에 큰 격차가 없는 상황에서 합병은 독보적인 1위 사업자를 낳게 된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알뜰폰 시장이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다. 외국사례를 살펴볼 때 최대 성장 가능 비중은 12% 안팎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사실상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텔링크가 알뜰폰 시장에서의 큰 손으로 굳혀질 것이라는 해석이다.
◆ 최악의 심사…공정위, 점유율 산출 잘못됐다”
공정위의 결정에 CJ헬로비전은 ‘최악의 심사 결과라며 정면으로 반박에 나섰다. 유료방송시장이 기존 케이블 TV 중심에서 IPTV 중심으로 바뀌면서 가입자가 큰 폭으로 줄고 있어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 4월 말 기준 IPTV 가입자 수는 총 1308만여명으로 전년 동월 1147만여명보다 14%(160만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8년 서비스를 시작한 IPTV가 8년 만에 가입자를 빠른 속도로 늘리며 기존 시장 강자인 케이블 TV를 사양 산업으로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방송권역별로 묶은 조사 방법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유료방송시장에서 주류가 된 IPTV가 전국사업자라는 점에서 업체별 점유율로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1위 사업자는 29.3%(IPTV+위성)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KT다. 문제가 된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13.7%, 12.0%로 합산 점유율은 25.7%밖에 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모두들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종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게 미래창조과학부지만 공정위 결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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