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소액주주, 子회사 임원 잘못도 손배소
입력 2016-07-04 17:45  | 수정 2016-07-04 23:35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발의한 개정 상법안은 소액주주들의 경영 참여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대주주 견제 효과를 달성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재계는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현재 개정안에 포함된 안이 법리적 근거가 불투명하다는 점과 소송 남발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 자회사 임원에 소송 제기 가능한 다중대표소송제
개정안에 따르면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 이사들의 위법 행위로 모회사가 손해를 입었을 때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대주주 지분이 높은 비상장 자회사의 이익을 늘리는 과정에서 모회사가 손실을 볼 때 주주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다. 모회사의 발행 주식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자회사에 대해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도록 했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그룹 전체가 동원되는 재벌그룹으로부터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면서도 "입증 책임이 소액주주에게 있기 때문에 피해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있지 않은 이상 소송을 제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재계에서는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은 소액주주보다는 투기 자본이나 경쟁 업체가 될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고위 임원은 "법인격이 다른 자회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반문했다.
◆ 집중투표제 통해 소액주주 투표권 확대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서는 집중투표제 도입을 명시했다. 그간 소액주주가 추천하는 사외이사가 득표 부족으로 주총에서 번번이 가로막힌 것을 고려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게 한 것이다. 가령 A~D 등 4명의 후보가 있는데 3명을 선출해야 한다면 소액주주들은 자기들이 갖고 있는 세 표를 모두 자신들이 원하는 D후보에게 던질 수 있다. 현행 상법에서도 집중투표제는 가능하지만 정관상 제외할 수 있게 예외 조항을 두고 있어 실제 적용하고 있는 회사는 5%도 안 된다.
박 교수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을 보더라도 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가 선출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현재 대주주 우호 지분율이 평균 40%가 되고 기관투자가들이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 태도로 임하고 있어 집중투표제를 적용하더라도 소액주주들이 동원할 수 있는 표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이 추진되는 집중투표제는 진짜 소액주주보다 외국계 펀드 등의 전횡 가능성만 열어주는 꼴"이라고 지적하며 "다양한 방안이 가능한 만큼 좀 더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반대했다. 집중투표제는 현재 미국 일본 등 20여 개국에서 도입하고 있지만 이를 의무화한 곳은 러시아, 멕시코, 칠레 등 일부 국가뿐이다.
◆ 소액주주 주총 참여 보장 위해 전자투표제도 의무화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전자투표제도를 의무화한다. 상장사들의 주총이 4월에 집중적으로 열리면서 주주들의 참여가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전자투표가 바이러스 감염 등 기술적 오류가 발생할 수 있어 투표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재계에 따르면 전자투표제를 강제하고 있는 나라는 현재 대만뿐이다. 한 4대 그룹 임원도 "소액주주를 보호한다는 명분은 좋지만 경영권 분쟁만 촉발시킬 수 있다"고 염려했다. 2·3대 주주들이 경영권 약화를 위해 무더기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기업은 경영권 방어책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경영에 집중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한국 경제가 짊어져야 하는데 그 책임을 누가 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정욱 기자 /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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