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공매도 규제 도입, 신중해야 할 이유들
입력 2016-07-01 15:31 

지난 2013년5월 영국은 유럽연합(EU)이 직전 도입한 ‘공매도 잔고 공시제가 부당하다며 유럽사법재판소(ECJ)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영국은 금융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공매도 공개가 금융업 전반에 타격을 입힐 과도한 규제라는 시각이 강하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택한데는 이런 EU 규제에 대한 불만이 크게 작용했다.
특정 기관이나 개인이 개별기업 주식을 0.5% 이상 공매도하면 투자자 신원과 잔고내역을 공시하도록 제도가 지난달 30일 우리나라에도 도입됐다. 공시요건 발생후 3거래일 뒤부터 공시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달 5일부터 대량 공매도자 실명이 공개된다. 당장 ‘좋은 주식은 사고, 나쁜주식은 빌려서 파는 롱숏전략을 함께 구사하는 헤지펀드엔 비상이 걸렸다. 개인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앞으로 공매도를 하기가 한결 어려워질게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 기관들은 벌써부터 몸사리기에 들어갔다. 지난달 29일 전체 주식 거래대금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2.56%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매도 잔고공시제는 현재 전세계에서 EU(2012년11월)와 일본(2013년11월)만 도입하고 있다. 미국도 2014년 공시제 도입을 검토했으나 부작용 염려탓에 포기했다. 기관비중이 50%를 넘는 미국에서도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실력자의 공매도 내역이 공개되면 오히려 추종매매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 증시의 경우 지난해 코스닥 기준으로 90%에 육박할 정도로 개인비중이 여전히 높다. 개인은 공매도를 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주식을 빌리기가 쉽지않다. 해서 공매도 주도세력인 외국인이나 기관들이 주가하락을 부추긴다고 종종 불만을 쏟아낸다.
이처럼 국가와 투자자별로 공매도 잔고공시에 대한 입장이 엇갈린다. 그렇다면 실제 공매도가 시장변동성을 키우고 주가하락을 부추기는지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다수의 국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공매도를 통해 부정적 정보가 주가에 신속히 반영됨으로써 시장 변동성이 장기화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의 경우 공매도에 ‘업틱룰(up-tick rule: 직전 체결가 이하로는 매도주문을 못내도록 하는 규정)이라는 보완장치도 있어 더욱 그렇다.

지난달 30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망설 ‘찌라시가 돌면서 삼성그룹주가 요동친 일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신원 공개를 꺼린 공매도 투자자들이 ‘숏커버링(공매도 청산을 위한 주식 매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누군가 주식을 먼저 사둔뒤 악성루머를 퍼뜨린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제도 도입초기엔 이런저런 부작용과 혼선이 나타날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기업 눈치를 보느라 ‘셀(sell·매도) 리포트를 못내면 결국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특정종목에 공매도 잔고가 얼마나 쌓였는지만 매일 업데이트해 공시하고, 매도자 실명공개는 신중히 하자는 전문가들 견해가 많다. 일본이 현재 이같은 공매도 공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공매도 전 주식을 빌려간 실적을 뜻하는 ‘대차잔고는 종목별로 공시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ETF ETN 헤지 등 다른 목적으로 빌려놓은 부분까지 섞여있어 공매도용인지 정확하지 않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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