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브렉시트 ‘쩐의 이동’…선진국>이머징
입력 2016-07-01 15:28 

브렉시트 투표의 파장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내에서만 머무는 듯한 모습이다. 글로벌 펀드 자금이 선진국 주식형펀드에서만 대량 유출됐을 뿐 신흥국 주식형펀드 자금이탈은 평상시와 별 차이가 없었다.
1일 글로벌 펀드분석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1주일 동안 선진국 주식형펀드에서 194억17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지난 2014년 8월 첫째주에 200억 달러가 순유출 된 이후 약 22개월만에 최대 규모다. 지역별로는 북미 주식형펀드에서 123억 달러가, 서유럽 주식형펀드에서는 53억 달러가 순유출됐다. 유럽 증시 뿐만 아니라 미국 증시도 큰 영향을 받은 것이다.
같은기간 신흥국 주식형펀드에서는 13억1900만 달러가 빠져나갔지만 2주전 18억8800만 달러보다는 오히려 순유출 규모가 줄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주식은 대표적인 위험자산이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위기가 불거지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며 하지만 영국이 아직 브렉시트를 공식 선언하지 않은데다 실물경제도 영국 의존도가 높지 않아 선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길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위기가 발생하면 글로벌 자금은 자금 인출이 용이한 자산부터 팔고 나가는 경향이 있다”며 그래서 유럽과 미국 주식이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인데 신흥국 주식으로 매도세가 확산될려는 찰나에 브렉시트 위기가 봉합 국면으로 접어든 덕분에 신흥국 증시는 충격을 덜 받은 채 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신흥국 주식형펀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증시의 경우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다는 점이 브렉시트 영향을 덜 받은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자본시장은 아직 완전히 개방되지 않은 덕분에 외국인 자금이탈이 크지 않은 편이다. 중국과 영국 간의 교역규모가 별로 크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투자자도 브렉시트 파장을 그다지 염려하지 않았다. 그 결과 상하이종합지수 등의 하락폭이 크지 않아 신흥국 주식형펀드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덜 위축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브렉시트 위기감 덕분에 오히려 신흥국 주식시장이 유리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지호 이베스트 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흥국 증시에 가장 큰 악재로 분류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브렉시트 투표 결과 때문에 더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진국 자금유출은 주식형펀드에서만 발생한 게 아니다. 채권형펀드에서도 13억1600만 달러가 빠져나가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작년 12월 이후 주간 기준 최대 순유출 기록을 세웠다. 서유럽 채권형펀드에서 3주 연속 10억 달러대 순유출이 나타난 영향이 컸다. 브렉시트 쇼크 때문에 그동안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유럽 자산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길영 연구원은 서유럽 채권은 금리가 워낙 낮아 그동안 환차익을 얻기 위한 투자수요가 대부분이었다”며 이마저도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약세가 예상됨에 따라 투자 매력도가 크게 감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빼놓지 않는 미국 채권형펀드 역시 순유입액 규모가 8억9100만 달러로 전주 36억9700만 달러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투자심리가 워낙 얼어붙다보니 미국 채권형펀드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대신 현금을 보유하거나 금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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