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흔적도·목격자도 없다"…10일째 사라진 낚시객들
입력 2016-07-01 13:39 
영국 추리소설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에나 나올 법한 실종사건이 경남에서 발생했습니다.

낚시를 하겠다며 바다 위 해상콘도에 숙박한 낚시객 2명이 하룻밤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외딴 섬에 초대받은 손님들이 고립돼 하나 둘 사라지고 결국 한 명도 남지 않는다는 내용의 애거서 크리스티 대표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연상케 합니다.

창원해양경비안전서는 지난달 22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원전항 인근의 한 해상콘도에 숙박하던 낚시객 2명이 실종됐다는 콘도 주인의 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실종 10일이 되도록 시신조차 찾지 못하면서 이들의 행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해경에 따르면 손모(54)씨 등 낚시객 2명은 지난달 21일 오후 5시 30분께 해상콘도에 도착했습니다.

육지에서 100여m 떨어진 이곳은 뗏목처럼 이어붙인 나무판을 바다 한가운데 띄운 뒤 숙박시설 등을 설치해 낚시를 즐길 수 있게 만든 시설입니다.

말이 '콘도'지 실상은 '잠자리를 만들어 놓은 배'에 가깝습니다.

하루 한 번 콘도 주인이 자신의 배로 손님을 뭍에서 이곳까지 태워다줍니다.

콘도에 묵기로 한 손님은 다음날 콘도 주인이 데리러 올 때까지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들의 실종은 다음날 오전 9시 50분께 콘도 주인이 배를 몰고 와서야 알려지게 됐습니다.

낚시객들이 콘도에 도착한 뒤 실종이 알려지기까지 약 16시간의 공백이 있는 셈입니다.

당시 콘도에는 실종된 낚시객 외에 다른 손님은 없었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됐는지 말해줄 수 있는 목격자도 없는 것입니다.

해경은 이들이 해상콘도에서 낚시를 즐기다 바다에 빠진 것으로 추정, 순찰정과 민간해양구조선 등을 투입해 수색작업을 펼쳤으나 허탕이었습니다.

바다에 시신이 가라앉았을 가능성까지 고려해 실종 3일이 지날 때까지 해경122 구조대와 해양구조협회 소속 잠수부 5명도 투입해 바닷속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해경은 실종 9일이 지난 1일까지 선박 180척과 477명을 동원해 콘도 반경 11㎞를 샅샅이 수색했으나 낚시객들 행방은 묘연하기만 합니다.

시신마저 찾지 못한 채 시일이 경과하자 이들의 실종 이유를 두고 타살이나 자살 등 각종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심지어 이들이 육지까지 헤엄을 친 뒤 그 길로 사라진 게 아니냐는 추론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해경은 이 같은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해경 관계자는 "실종된 낚시객들은 회사원, 자영업자로 나름 번듯한 직업이 있었다"며 "조사 결과 원한관계나 경제적 어려움, 가족 간 갈등 같은 것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원전항 일대를 모두 수색했으나 아직 어떤 정황이나 단서도 찾지 못했다"며 "현재 확보한 것은 그들이 낚시를 하기 위해 가져온 짐꾸러미가 전부"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들의 시신이 조류에 휩쓸려 먼바다로 떠내려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든 이번 실종 사건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시신이 물 위로 떠오르거나 운 좋게 어선에 의해 발견되지 않는 이상 해경의 수색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해경은 50t급 경비정 한 척과 관공선 한 척으로 수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까지는 50t급 경비정 한 척, 마산안전센터 순찰정 한 척, 지자체 관공선 한 척, 지역 민간어선 6척 등 선박 총 9척이 수색에 참여했으나 이마저도 한계에 부딪힌 것입니다.

해경 관계자는 "실종자 가족들은 안타까움에 생사라도 알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라며 "일부 가족은 낚시객들이 실종된 뒤 원전항 인근에 묵으며 이들이 하루빨리 돌아오길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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