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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 아이언, 자책 빠진 내부고발…공감은 없다
입력 2016-07-01 10:46  | 수정 2016-07-01 11:29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이제야 봤지 네 속을/ 의리를 빙자한 비즈니스/ 뒤로 붙어 먹는 mistress/ 내가 추락하길 기리는 뱀들의 친절한 눈빛/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이 바닥/ 가수들은 XX들 마냥 PD 앞에 한 줄로 서/ 눈웃음 치며 다음 밥줄을 서.'
래퍼 아이언(본명 정헌철·24)은 지난달 30일 신곡 '시스템(SYSTEM)'을 발표했다. 지난 4월 대마초를 수차례 흡연한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된 뒤 3개월 만에 신곡을 내놓은 것이다.
'시스템'에는 아이언이 주류 음악계에서 활동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담겨있다. 음악 외의 것들에서 결정되는 사업을 비판했다. 음악계를 향한 화살은 2절에서 대중을 기만하는 사회 체계로 이어졌다.
후렴부가 지나고 노래가 전환된 뒤에는 특정 소속사와 가수를 저격하는 듯한 노랫말이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은 점들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디스(상대방을 공격하는 표현)'했다. 첫 구절부터 랩이 끝나는 모든 순간까지 숨 가쁘게 날 선 가사가 펼쳐졌다.
아이언은 '시스템'을 발표하기 전 SNS(사회관계망)에 티저 영상을 게재했다. 대마초 흡연 혐의로 질타를 받았던 그의 이른 복귀 소식이었다. 음원과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닭장 속에 갇힌 닭을 소재로 했다. 걸러지지 않은 가사와 닭의 목을 치는 장면 등은 시스템 속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간접적인 뜻으로 보였다.

'시스템'은 음원이 공개된 후 실시간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다. 일부 팬들은 논란 속에서도 아이언의 실력만큼은 높이 평가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시기에 신곡을 깜짝 발표한 전략이 화제성 면에서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러나 '시스템'에 아이언의 반성은 없었다. 연예계의 어둡고 불합리한 면을 꼬집으면서 자신을 '피해자'의 위치에 놨다. '스캔들에 휩쓸리는 대중/ 네 눈을 가리는 우민정책들'과 같은 가사처럼 자신 또한 수동적인 입장에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한 것이다.
아이언이 한순간에 추락한 것은 자신이 대마초를 피웠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모든 혐의를 인정하면서 대마초가 궁금해 흡연했다고 했다. 처벌을 각오하고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모든 잘못의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었다.
'시스템의 희생양'이라는 팻말을 세우고 내놓은 신곡에는 아이언의 자책은 없었다. 노래 속에서 그저 억울함 만을 울부짖고, 다른 이들과 내 조건은 왜 다른 것이냐고 외쳤다. 책임감이 결여된 외침은 공허할 뿐이었다.
허세나 자랑이 최근 힙합의 흐름처럼 보이는 속에서 '시스템'은 분명 의미가 있는 곡이다. 기획사 연습생이 아닌 래퍼로서 실력을 다진 뒤 주류 연예계에 발을 디딘 그는 내부고발자를 자청했다. 래퍼가 느낀 불합리함을 지적한 것은 연예 생태계에도 좋은 자극제가 될 만했다.
그럼에도 아이언의 비판이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은 그 또한 시스템 속에서 이름을 알린 래퍼여서다. 2014년 '쇼미더머니3'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다른 래퍼가 얻을 수 없는 것들의 혜택을 본 것은 사실이었다. 이후 소속사와 계약해 그 품 안에서 활동했다.
아이언이 당시 연예계에 문제를 느껴 소속사를 나와 '시스템'을 발표했다면 듣는 이들이 충분히 설득력 있다고 평가했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시스템'은 아이언이 마약을 한 뒤 나락으로 떨어진 직후 발표됐다. 듣는 이들이 그의 비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체제 속에서 이름을 알린 그가 내부 고발을 하고 싶었다면,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먼저 살펴야 했다.

in999@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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