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뜬금없는 `李회장 사망설`…삼성그룹주 12조 출렁
입력 2016-06-30 17:49  | 수정 2016-07-01 00:2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망설에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S 등 삼성그룹 지배구조 관련주 주가가 6월 30일 심하게 요동쳤다. 이날 삼성그룹주 시가총액은 장중 309조원까지 증가했다가 297조원까지 떨어져 하루 새 12조원이나 출렁거렸다.
증권가에선 이날부터 특정주식 발행물량의 0.5% 이상을 공매도할 경우 매도자의 신원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공매도 공시법'이 시행된 것과 관련해 일부 세력이 고의로 악성 루머를 퍼뜨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증권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공매도나 주가 조작 세력 개입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500원(4.7%) 급등한 12만3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2만9000원(2.1%) 오른 142만5000원을 기록했고, 삼성SDS는 5500원(4%) 오른 14만3500원에 거래됐다. 또 삼성생명(1.5%) 삼성화재(1.2%) 호텔신라(2%) 삼성SDI(1.9%) 삼성카드(1.2%) 등 삼성엔지니어링(-1%)을 제외한 전 그룹주가 상승했다. 이날 삼성그룹주 주가를 움직인 것은 이 회장 사망설이 담긴 한 줄짜리 '지라시(미확인 정보)'였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정오를 전후해 '삼성 이건희 회장 사망 3시 발표 예정. 엠바고'라는 글이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삼성물산은 개장 이후 11만8500원대를 유지하던 주가가 이 회장 사망설이 퍼지면서 급등해 오후 1시 15분께 8.5% 오른 12만7500원을 기록했다. 급등세가 멈춘 뒤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고점 대비 5% 넘게 하락하는 등 급등락을 연출했다. 거래량도 전날의 7배인 224만주를 기록했다.

이날 이 회장 사망설이 나돈 배경에는 2014년 이 회장 사망설을 최초로 보도한 모 인터넷 매체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 매체가 "이 (전) 삼성 회장(74)이 6월 29일 오전 별세했다"고 보도했다는 내용의 정보가 유통됐다. 이에 대해 해당 매체 측은 "2014년 기사를 캡처해 갖고 있던 누군가가 6월 29일자로 기사를 쓴 것처럼 일부 내용을 조작해 인터넷에 퍼뜨린 것 같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공매도 숏커버링(공매도를 청산하기 위한 주식 매수)도 배경으로 언급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판단한 주식을 빌려서 팔고 주가가 실제 떨어졌을 때 사서 되갚는 투자 기법이다.
예상과 달리 주가가 상승할 때는 손실을 줄이고자 주식을 되사서 갚는 이른바 숏커버링을 하게 된다. 공매도 공시법 시행에 따라 공시를 피하고자 숏커버링에 나선 투자자가 늘며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량 공매도자가 신원 공개를 꺼려 숏커버링에 나설 것을 예상해 주식을 미리 사둔 일부 세력이 고의로 소문을 퍼뜨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과 거래소는 공매도 등 작전세력이 연루돼 있는지 파악 중이다.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이날 매매 내역을 심리해 이상 거래 정황이 포착되면 금감원, 금융위원회 등 유관기관에 조사 결과를 넘길 방침이다.
거래소는 이날 삼성전자에 '이건희 회장 사망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풍문은 사실무근"이라고 답변했다. 금감원도 조사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가를 올려 이득을 볼 목적으로 풍문을 유포했다면 부정거래 행위에 해당된다"며 "아직은 불공정 거래 여부를 판단하기 이르며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사망하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주가가 올랐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주사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데 대부분 공감한다.
이와 관련해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삼성전자를 투자부문(지주회사)과 사업부문(사업회사)으로 인적분할하고, 투자회사가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인 이후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보다 확고히 할 수 있다.
[노현 기자 / 최재원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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