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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포커스] 2016년 프로야구, ‘끝내기’ 풍경은 어땠나?
입력 2016-06-30 06:32 
올 해 끝내기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한화 정근우(왼쪽)와 롯데 문규현(오른쪽). 정근우는 올해 두 차례 끝내기 안타로 통산 11번의 끝내기 안타를 기록하게 됐다. 문규현은 29일 KBO최초의 2경기 연속 끝내기 안타를 기록한 선수가 됐다. 사진=MK스포츠 DB, 롯데자이언츠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야구의 묘미는 단연 끝내기다.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과 연장전에서나 볼 수 있는 끝내기는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팽팽한 승부 끝에 승패를 결정짓는 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물론 공격과 수비를 교대로 하는 야구 특성상 그 특권은 말 공격을 펼치는 홈팀이 갖는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별로 달갑지 않는 장면이다.
2016년 프로야구에도 숱한 끝내기가 나왔다. 끝내기의 장면은 그 때마다 달랐다. 끝내기라는 결과물을 얻는 과정도 달랐다. 하지만 희비가 엇갈리는 것은 그 때마다 같았다. 승자에게는 환호, 패자에게는 좌절의 순간이었다. 올 시즌 끝내기의 풍경도 다양하면서 비슷했다.

▲ 두 번의 끝내기…‘진기록 주역 문규현·정근우
올 시즌 가장 많은 끝내기 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문규현(33·롯데)과 정근우(34·한화)다. 둘 다 두 차례를 짜릿한 손맛을 봤는데, KBO리그에 유의미한 기록으로 남게 됐다.
문규현은 28일 사직 삼성전에서 4-4로 팽팽히 맞선 연장 10회말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때렸다. 이어 29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3-4로 뒤진 9회말 2타점짜리 역전 끝내기 안타를 터트렸다. KBO리그 최초의 2경기 연속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데뷔에서 은퇴까지 끝내기 안타를 한 차례도 맛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문규현은 2경기 연속 끝내기의 짜릿함을 느낀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정근우는 종결자로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사실 한화의 리드오프로 나서는 정근우에게 종결자 이미지는 아이러니한 느낌도 있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그만큼 끝내기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는 의미. 정근우는 4월28일 대전 KIA전에서 올 시즌 첫 끝내기 안타를 때렸고, 지난 10일 대전 LG전에서도 다시 한 번 경기를 끝내는 안타를 때렸다. 이로써 올 시즌 전까지 9차례 끝내기 안타를 때렸던 정근우는 통산 11개의 끝내기 안타로, 팀 동료 김태균(34)과 함께 통산 최다 끝내기안타 공동 1위에 올랐다.

▲ 끝내기에 눈물 삼킨 임정우와 한화 벌떼 불펜
끝내기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도 있는 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끝내기의 피해자(?)가 되는 선수들이 있다. 끝내기 상황에서 심한 압박감을 받으며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져야 하는 투수들이다. 특히 한 번도 당하기 싫은 끝내기 패전을 1년 동안 여러 차례 경험하는 사나운 꼴을 당하는 투수도 있다.

올 시즌에는 LG 마무리 투수 임정우(26)가 그렇다. 모두 세 차례 끝내기 패배를 당하며 이 부문에서 유쾌하지 않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4월8일 문학 SK전에서 이천웅의 끝내기 실책에 패전의 멍에를 뒤 집어 썼던 임정우는 지난 10일과 12일 대전 한화전에서 두 번 더 끝내기를 허용하고 말았다. 10일에는 연장 10회말 1사 1,2루에서 정근우에게 끝내기 중전안타를 내줬고, 12일에는 5-5로 맞선 9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양성우에게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마무리 투수로 첫해를 나고 있는 임정우로서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어 kt 장시환(29)과 한화 박정진(40)이 두 차례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이후 장시환은 선발로 보직을 바꿨다. 박정진이 두 차례 끝내기 패배를 기록했지만, 한화는 불펜투수들이 돌아가며 끝내기 패배를 많이 당한 팀이다. 도합 5회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마무리 정우람(32)도 끝내기 아픔을 피할 수 없었다. 물론 임정우의 LG도 한화와 똑같은 5번의 끝내기 패배를 기록했다. 하지만 강한 불펜이 특징인 한화가 가장 많은 끝내기 패배를 내줬다는 점은 뒷맛이 개운치 않은 느낌이다.
지난달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넥센은 9회말 2사 만루 한화 정우람의 끝내기 폭투로 9-8을 기록하며 승리했다. 패배한 한화 정우람이 끝내기 폭투 후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끝내기 포일·폭투...패배와 함께 찾아오는 ‘허무함
시원한 홈런과 안타로 경기를 끝내면 그 쾌감이 진하게 남는다. 하지만 포일과 폭투, 실책 등으로 경기가 끝나는 경우도 있다. 승자에게는 멋쩍음을, 패자에게는 허무함을 남기는 끝내기 장면들이다. 올해도 보기 어려운 끝내기가 나왔다.
특히 포일(패스트볼)은 폭투보다 나오기 어려운 기록이다. 한화의 베테랑 포수 조인성(41)이 올 시즌 이 보기 어려운 장면을 7년만에 연출했다. 조인성은 지난 5월17일 포항 삼성전에서 박정진의 공을 뒤로 빠뜨려 KBO 역대 7번째 끝내기 포일의 주인공이 됐다. 이는 2009년 6월25일광주 KIA-SK전에서 당시 SK 포수였던 정상호가 임시방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던 최정의 공을 놓치며 기록한 이래 7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끝내기 포일이 포수책임이라면, 끝내기 폭투는 투수 책임이다. 올 시즌 유일한 끝내기 폭투도 한화가 가지고 있다. 바로 마무리 정우람이 그 주역이다. 정우람은 5월25일 고척 넥센전에서 9회말 끝내기 폭투를 범하며 패배의 원흉이 됐다. 공교롭게도 당시 포수마스크를 쓰고 안방을 지켰던 이가 조인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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