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 순자산 규모가 처음으로 공모펀드를 추월했다. 수익률 부진 등으로 공모 주식형펀드 인기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사모펀드 순자산 규모는 228조9040억원으로 공모펀드 순자산(227조9291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금융투자협회가 공모펀드와 사모펀드 순자산 규모를 구분해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사모펀드 시장의 급성장 배경에는 채권펀드의 약진이 자리잡고 있다. 장기 저금리 기조에 지난 하반기부터 시작된 변동성 장세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더욱 강화되면서 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자산가들이 사모채권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사모채권펀드 순자산은 44조5800억원에서 79조3400억원으로 약 35조원이 급증했다. 사모 채권펀드 시장은 이미 공모 시장(24조2560억원)의 3배를 웃돌고 있다.
부동산펀드와 특별자산펀드 순자산도 크게 늘어났다. 최근 2년간 사모 부동산펀드 순자산은 24조9500억원에서 39조700억원으로, 특별자산펀드 순자산은 24조3115억원에서 39조2010억원으로 각각 10조원 이상씩 증가했다. 두 시장은 투자 자산의 특성상 투자금액과 기간 제약이 있어 자산가들을 위주로 한 사모 시장에 자금이 쏠려 있는 상황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매니저 성과 보수와 자금모집의 용이함, PB형 고객에 대한 맞춤형 상품 개발 등의 장점 덕분에 부동산과 대체투자펀드 신규 진입은 대부분 사모전문운용사들”이라며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로 주식형 펀드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져 부동산 투자 시장은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공모펀드 순자산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2조원이 줄어든 227조929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주식형 펀드 상승세를 이끌었던 중소형주(국내)와 중국·일본·유럽(해외) 펀드들이 대부분 부진한 성과를 내면서 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1년간 공모 채권펀드 순자산은 6조원 가량이 늘었으나 주식형펀드에서 약 5조5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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