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소형 뜨자 설계변경 나선 아파트
입력 2016-06-26 17:11  | 수정 2016-06-27 15:13
신촌그랑자이(왼쪽)·e편한세상상도노빌리티.
일반적으로 아파트를 지을 때 중간에 설계를 바꾸는 것은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낭비'로 꼽힌다. 추가 설계비가 들어갈 뿐 아니라 인허가를 다시 받아야 해 그만큼 분양 시기도 늦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아파트 중에는 설계 변경에 따른 손해를 감수하는 곳이 적지 않다. 찾는 사람이 적은 중대형을 줄이는 대신 인기 만점인 중소형 평형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다. 청약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월등히 뛰어난 데다 3.3㎡당 분양가로 따지면 이미 중소형이 중대형을 뛰어넘은 만큼 결국 주판알을 튕겼을 때 오히려 이득이라는 판단이다. 중소형을 찾는 소비자들도 전용면적 85㎡ 이하 비중이 늘어나면 가뜩이나 치열한 청약 전쟁에서 승률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어 반기는 분위기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상도1구역 재건축 아파트인 'e편한세상 상도 노빌리티'는 설계 변경으로 일반분양 물량 전체를 전용 85㎡ 이하로 바꿔 분양한 덕택에 지난주 진행한 청약을 평균 경쟁률 19.26대1로 1순위에서 끝냈다. 당초에는 전체 711가구 가운데 전용 85㎡를 넘는 가구가 252가구로 전체 중 36%에 달했지만, '중대형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설계를 고쳐 중대형 숫자를 56가구로 줄였다. 덕분에 중소형이 837가구로 늘면서 총 가구 수도 893가구로 많아졌다. 중대형을 모두 조합원이 가져가 일반분양에는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중소형만 나왔다. 그 결과 58가구가 나온 전용 59㎡A형에는 3106명이 몰려 53.55대1로 전 평형 가운데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오는 9월 GS건설이 서울 마포구 대흥2구역에 분양하는 '신촌 그랑자이'는 세 번이나 설계를 바꿨다. 중대형을 줄여 중소형을 늘리기 위해서다. 당초 1048가구 가운데 약 14%인 148가구를 전용 85㎡ 초과로 지을 예정이었다. 그러다 2011년 용적률이 증가해 여기에 맞춰 총 가구 수를 1188가구로 늘렸지만 중대형 가구 수는 132가구로 낮췄다. 중대형 숫자는 이듬해 68가구로, 2014년에는 결국 30가구까지 줄었다.
하반기에 분양하는 동문건설의 대전 용운동 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용운동 동문굿모닝힐'도 2008년 사업시행 인가 때 전체 1732가구 중 전용 85㎡ 초과 가구를 절반 수준인 822가구로 잡았지만 지난해 전 가구를 모두 전용 42~84㎡ 중소형으로 바꾸는 대신 총 가구 수는 2244가구로 늘렸다. 이 밖에 인천시는 현재 추진 중인 남구 용현·학익1블록 도시개발사업에서 8200가구 중대형 위주 아파트를 짓기로 했던 계획을 중소형 중심 1만3000가구로 바꾸는 변경안을 지난 4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의결했다.

건설사와 지방자치단체가 너 나 할 것 없이 설계 변경으로 인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중대형을 중소형으로 바꾸는 것은 수년 전부터 계속된 중소형 선호 현상으로 중소형 분양 가격이 중대형을 추월한 영향이 크다.
2009년 공급된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센트레빌1차' 전용 84㎡B 분양가는 3.3㎡당 2041만원으로 같은 아파트 전용 114㎡B 2107만원보다 저렴했다. 하지만 올해 5월 같은 흑석동에서 분양한 '흑석뉴타운 롯데캐슬 에듀포레' 전용 84㎡B와 110㎡ 분양가는 각각 2063만원과 1888만원으로 역전됐다. 한 건설사 설계팀 관계자는 "기존 설계를 중소형 위주로 바꾸면 자연스럽게 전체 분양 가구 수가 늘어난다"며 "청약 결과도 중소형이 중대형보다 좋아 설계 변경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말했다.
최초 설계에서 전체 2098가구 중 중대형을 무려 988가구로 절반 가까이 채워 넣었다가 중간에 이를 171가구로 낮추고 중소형 비중을 93%까지 끌어올린 '왕십리뉴타운 3구역 센트라스'는 덕분에 총 가구 수가 2529가구로 400가구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청약은 평균 10.5대1 경쟁률로 모든 주택형을 1순위에서 끝냈는데, 전용 59㎡는 평균 14.01대1을 기록한 반면 전용 115㎡는 1.05대1에 그쳐 설계 변경 덕을 톡톡히 본 단지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위주로 설계를 바꿔 전체 가구 수가 늘어나면 가구당 일정한 면적을 갖춰야 하는 주차장이나 커뮤니티시설 면적도 같이 올라가고 공용관리비 부담은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며 "아직까지는 중소형이 시장에서 대세라 분양성과 환금성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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