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현명한 수요자는 저금리에도 아무데나 투자하지 않아요”
입력 2016-06-26 09:02 
이기춘 로템하우징 대표는 “작년, 제작년 분양한 것들이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분양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때까지 입주대란은 없을 것 같다”면서도 “지역별 편차는 있겠지만 강남3구가 금융규제나, 집단대출 규제 같은 1차적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올해 하반기까지는 분양시장이 크게 요동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강남3구 재건축시장을 중심으로 한 집단대출 증가 추이에 대한 정부 규제는 실행 가능성이 높아요.”(이기춘 로텝하우징 대표, 58)
올해 들어 부동산시장은 좋고 나쁨이 확연한 ‘양극화 시장으로 접어들었다. 강남권 재건축시장은 실수요는 물론 투자수요까지 몰리며 말 그대로 펄펄 끓는 반면, 수도권에 비해 시장이 견고하지 못한 지방은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여심심사 강화가 시작되면서 매매·분양시장은 급속도로 냉각되며, 곳곳에서 ‘탈동조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야말로 ‘칠흑 같은 안개속이다. 향후 부동산(주택)시장을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지만 이런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주택사업을 영위하기란 어지간한 내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한때 시행사업은 모든 분양대행사들의 꿈이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사업부지 매입비의 10%(계약금)만 있으면 누구나 시행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고, 상당수 업체는 큰돈을 벌었다.
그렇다면 예전에 소위 잘나가던 업체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간걸까. 최근 시장흐름을 읽지 못한 시행사들 상당수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과욕으로 인해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에 뛰어들었다 도산한 업체도 허다하다.
과거 자금력만으로 누구나 뛰어들던 시행사업은 이젠 시장을 내다볼 줄 아는 기획력과 어떠한 변수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업무 추진력이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운 업종으로 시장 집입장벽이 높아졌다.
◆ 두산건설 출신들 의기투합…분양 ‘웃고 첫시행에선 ‘울고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로텝하우징은 두산건설 출신들이 만든 종합부동산 개발회사다. 김홍구 로텝하우징 회장, 이기춘 대표이사, 이하 임원들은 두산건설에서 주택, 분양, 개발, 재무, 기획파트에서 적게는 10년, 많게는 18년간 근무한 베테랑들이다.
첫 시작은 분양대행업이었다. 이기춘 대표는 개발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종잣돈(Seed Money)을 마련해야 했다”면서도 문어발식 수주보다는 당장 뛰어들더라도 회사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양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일감은 넉넉했다. 2006년 회사설립 직후 안양 지식산업센터에 이어 이듬해에는 울산시에서 451가구 규모의 아파트 분양대행을 잇따라 수주했다.
분양대행을 맡을 단지 선정도 깐깐하게 결정했다. 이 대표는 기성 부동산 상품을 파는 저가의 경쟁수주보다는, 건설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중견건설사나 시행사와 손잡고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우리는)용지매입단계부터 인·허가 자문, 상품기획, 마케팅까지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고 분양 수수료 외에 별도의 컨설팅비를 받을 수 있는데다가, 발주처는 프로젝트를 빨리 마무리해 금융비를 아낄 수 있어 양측에게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2008년 용인 동백지구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타운하우스 개발(시행)사업이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 침체 여파로 고배를 마셔야했던 것. 투자금액 약 30억원 중 절반만 회수하는 적잖은 손실을 입었다.
대기업 (발주) 물량은 우리가 끼어들 여력이 없어요. 그저 수수료 조건만 맞으면 하고 아니면 빠지는 겁니다. 돈 벌기에는 좋겠지만 일머리를 아는 입장에서는 재미가 없지요.”
로텝하우징은 단 한 번의 실패로 7년을 돌아가야 했다. 물론 그냥 쉬지만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주거시설, 상업시설, 조합복합, 지식산업센터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분양대행을 수행했다. 전 직원이 8명에 불과해 쉽지만은 않았지만 분양대행용역 매출로만 20억원(올해 예상)을 올릴 정도로 달려왔다.
올해에는 동탄2신도시 동탄호수 주변에서 테라스형 상가 ‘파케이드 스타·스텔라와 경북 울진 공동주택 515가구 자체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다. 로텝하우징은 이곳 상업용지 8필지 중 106·108블록 2곳을 매입해 자체개발하고 있다. 이달 말 계약에 들어가는데 분양도 직접 맡아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건축허가 전에 사전청약을 받은 결과, 모집 점포의 2배가 넘는 (청약)의향서가 접수됐다”며 아직 동탄2신도시 내 분양열기가 지속되고 있어 단기간 내 100% 계약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필지 중간에 위치한 107블록은 이 지역 원주민 보상용 용지인데, 이들로부터 입주권(개발권)을 매입 중에 있어 연내 107블록도 먼저 분양한 두 필지(106블록·108블록)와 연계해 개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르면 10월, 늦으면 11월께 경북 울진군 읍내리에서 지하 1층~지상 20층, 전용 39~74㎡ 515가구 규모의 아파트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사업지 역시 자체개발로 추진하며, 현재 인·허가 단계를 밟고 있다.
울진 인구가 5만명이 전부인데 사업성이 나오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울진에는 한국수력원자력, 한전, 한전기공 등 적잖은 수요가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이미 사택을 운영 중이지만, 한전 자회사인 한전기공은 아직 사택이 없어 800여명의 직원 대다수가 월세살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로텝하우징은 한전기공과 일괄매각에 대한 의사타진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 수익은 수요자의 선택”
‘동탄 파케이드 스타 광역조감도 [사진제공: 로템하우징]
상가와 같은 수익형부동산에서 수익은 결국 수요자가 선택하는 것입니다.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의 기대에 맞아야 합니다. 결국 현명한 수요자는 금리가 낮아도 아무데나 투자하지 않아요.”
이기춘 로템하우징 대표는 공급자란 미래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보다는 적정 가액에 맞는 상품을 공급해야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깔고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그 상품은 분양받은 수요자가 수익을 실현하거나 때로는 재매매가 가능해야 진정한 수익형부동산이라고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이런 선순환이 건전한 거래질서라고 피력했다.
이 대표는 수익률로 수요자를 기만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 위해 입지와 수요자의 니즈에 맞춰 근린상가나 공동주택 등 자체개발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조성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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