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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産銀 회장…KDB혁신안 발표
입력 2016-06-23 17:39  | 수정 2016-06-23 20:04
23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대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이 23일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빠른 정상화는 물론 신속한 매각까지 염두에 두면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동 산업은행 본점에서 'KDB 혁신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6년간 매각 기회가 있었는데도 실행하지 못한 게 아쉬움이 크다"며 "매각은 상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 의지만으로는 어렵지만 빠르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 우리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와 채권단이 수립한 추가 자구안, 경영 정상화 방안을 차질 없이 실행하면서 신속한 매각까지 염두에 두겠다"며 "우리가 가졌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현안 기업 정상화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오늘날 산업은행이 있기까지 무한한 신뢰를 보내준 국민 여러분께 최근 일련의 사태로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132개 출자회사 매각을 담당하는 이대현 정책기획부문 부행장과 기업 구조조정 실무총책인 정용석 구조조정부문 부행장 등 주요 임원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최근 STX조선해양 법정관리 전환과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위기 심화,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검찰 수사 등 사태로 산업은행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커지면서 산업은행 직원들 사기가 위축된 상태다.
이를 의식한 듯 이 회장은 "독일 철학자 괴테는 재산을 잃으면 다시 모으면 되지만 용기를 잃으면 세상에 태어나지 아니함만 못하다고 말했다"며 "KDB가 용기를 잃지 않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책금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성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구조조정 역량 제고와 출자회사 관리 강화, 중장기 미래 정책금융 비전 추진, 여신 심사 및 자산포트폴리오 개선, 성과 중심의 인사·조직 제도 개선, 대외 소통·변화 관리 강화 등 6대 혁신과제를 골자로 한 혁신안을 내놓았다.
이 회장은 "최근 상황에 대한 진솔한 반성과 함께 심기일전으로 쇄신하겠다는 혁신 계획을 마련했다"며 "작금의 상황은 누구의 일이든 모두 KDB의 역사이기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든 현직인 나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구조조정 현안 기업인 한진해운에 대해 이 회장은 한진그룹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추가 자금 지원에 대해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최근 전문기관 실사 결과 한진해운은 내년까지 1조원(용선료 인하율 30% 기준)에서 1조2000억원(용선료 인하율 21% 기준)의 유동성 부족이 예상된다.
한진그룹에서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4000억원에 불과해 한진해운은 6000억원 이상의 부족자금을 산업은행에 요청했지만 산업은행은 거절했다.
이 회장은 "(한진해운이)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면서도 "원칙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구조조정 회사가 여러 개 있는데, 다른 회사가 여기(한진해운)도 그렇게 했는데 나도 좀 지원해달라고 하면 혈세 유출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거론돼온 양대 해운사 합병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며 말을 아꼈다.
[정석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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