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감사기업 주식 사고도 처벌 안받은 회계사들
입력 2016-06-22 17:42  | 수정 2016-06-22 20:10
A중소 회계법인 소속인 B이사는 자신들의 회사가 감사하는 주식에 투자하다 올 초 덜미를 잡혔다. 대형 회계법인에 비해 당국의 감시망이 느슨한 점을 이용해 임원이 대놓고 부정 거래를 한 것이다. 법률상 파트너(사원)급 이상 공인회계사는 자기 법인이 감사하는 모든 기업의 주식을 거래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이사 개인은 전혀 처벌을 받지 았았고, 회계법인이 일정 금액을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 기금에 출연하는 것으로 처벌이 일단락됐다.
감사 대상 회사의 주식을 불법으로 거래한 회계사 5명이 또 적발됐지만 회계사 개인에 대한 처벌이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잇따른 회계사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회계사 개인 처벌을 강화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한공회가 올 1~2월 중견·중소 회계법인을 상대로 진행한 특별감리에서 공인회계사 5명이 소속 법인이 감사하는 상장사 주식을 거래한 사실을 적발했다. 지난해 공인회계사 30여 명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법 주식 거래를 하다가 적발된 것을 계기로 금융당국은 대형 회계법인 위주로 전수조사를 벌였는데, 한공회는 이와 별도로 중견·중소 회계법인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된 5명을 추가로 적발한 것이다.
공인회계사법과 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은 파트너급 이상 공인회계사의 경우 자기 법인이 감사하는 모든 기업의 주식을, 일반 회계사는 소속 팀이 감사하는 기업의 주식을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독립성 규정'을 두고 있다.

한공회는 이들이 속한 5개 회계법인이 해당 상장사 감사를 중단하고 감사보수의 10~20%를 손해배상공동기금에 출연하도록 했다. 손해배상공동기금은 회계사가 감사 과정에 발생하는 민사상 소송 등에 대비해 공인회계사법에 따라 한공회에 적립하도록 한 기금이다.
그러나 주식을 불법 거래한 개인은 별도로 제재하지 않았다. 공인회계사법 등 관련 법이 회계사가 자기 회사가 감사 중인 기업의 주식을 불법 보유하다가 적발돼도 법인에만 불이익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이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법적인 이득을 얻었는지 별도로 조사 중이다. 조사 결과 해당 기업의 감사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통해 부당 이익을 얻은 사실을 입증해야 회계사 개인에 대해 자격정지 등 처벌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공개 정보 이용 여부와 관련 없이 독립성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회계사 책무를 고려할 때 주식 보유 자체에 대해서도 개인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차라리 강제적으로 해당 회사 주식을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게 회계 신뢰도 제고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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