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공항 백지화, 김해공항 확장… 밀양 땅값만 올리고 가능성 소실
입력 2016-06-21 18:17 
김해공항 확장 밀양 땅값/사진=연합뉴스
신공항 백지화, 김해공항 확장… 밀양 땅값만 올리고 가능성 소실



"지난 10년간 계속된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로 시민들이 너무 지쳐 있습니다. 땅값만 올려 밀양의 개발 가능성을 소멸시킨 것도 큰 문제입니다."

21일 영남권 신공항 용역이 부산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결정되자,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 중 한 곳인 경남 밀양 하남읍 입지를 주장했던 박일호 경남 밀양시장 얼굴에는 허탈감과 분노가 교차했습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시청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김해공항을 확장하려면 처음부터 그런 결정을 해야 했다"며 "한 번도 아니고 또 한 번 논의하면서 밀양시민을 절망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는 허 홍 밀양시의회 의장 등 시의원들과 함께 "정부는 시민을 두 번이나 우롱했다. 시민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신공항이 들어설 후보지로 꼽혔던 하남읍 주민들은 정부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습니다.


하남읍이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 중 한 곳으로 지정되면서 10여년 간 지역 내 찬반 갈등으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경남, 울산, 대구, 경북 4개 시도지사가 나서 신공항 유치에 열을 올리는 동안 후보지 주민들의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조상 대대로 살던 터전을 외면하고 신공항을 찬성할 수 없었습니다. 지역발전과 미래를 위해 대놓고 반대할 수도 없었습니다.

신공항 개발에 외지인들의 투기 바람이 불었지만, 속앓이만 했습니다.

그 사이 대부분 농지였던 땅값이 2∼3배 올라 주민들의 불안감만 커졌습니다.

하남읍 해동마을 박용대 이장은 "주민 모두가 정부, 정치인들에게 욕을 한다"며 "주민들은 신공항 문제로 농사를 계속 지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하루하루 불안해 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털어놨습니다.

주민들은 이날 정부 발표 내용이 밀양도 가덕도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이란 점에 대해서도 분노했습니다.

하남읍 도암마을 이기봉 이장은 "2011년 김해공항은 절대 안 된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김해공항이라고 발표하는 것은 주민들을 놀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이장은 "정부가 신공항을 놓고 정치적으로 악용하면서 주민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고, 가장 큰 피해자는 공항 후보지로 거론됐던 밀양 하남읍 주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때문에 신공항 유치를 둘러싸고 찬반으로 갈라져 서로 갈등을 겪었던 주민들을 위한 보상과 치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남읍 전체 면적은 37㎢이며, 3천900가구에 8천323명이 거주합니다.

신공항 터로 계획했던 하남읍 백산리, 명례리 면적은 7.2㎢로 이 지역 20%를 차지합니다.

신공항 예정 터에는 830가구, 1천700여명이 삽니다.

이들은 대부분 옛날부터 함께 농사를 짓던 사이좋은 이웃이었지만, 신공항 추진 과정에서 찬반 논쟁으로 상처를 입었습니다.

영남권 신공항이라는 헛바람이 주민 공동체를 파괴한 것입니다.

하남읍 이강호 총무담당은 "주민들은 공항 때문에 삶 터전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내심 걱정을 많이 했다"며 "주민 공동체 회복을 위한 후속 조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시장은 "신공항 유치 실패로 실의와 허탈에 빠진 11만 밀양시민들의 아픔과 상실감을 보듬기 위해 앞으로 정부를 상대로 밀양의 미래를 위한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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