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강사의 은밀한 비밀

최근 치러진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문제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유명 학원 강사가 현직 교사들에게서 문제를 사들인 대가로 억대 금품을 전달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학원가에서 '족집게 명강사'로 통했던 이 유명 학원 강사의 교재는 결국 현직 교사들이 건넨 문제로 채워졌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유명 입시학원 국어 강사인 이 모씨(48)가 2010년 이전부터 최근까지 수년 동안 현직 고등학교 국어 교사 박 모씨(53·구속)에게 자신이 강의에 쓸 문제를 내주는 대가로 총 3억원을 현금과 계좌이체 등 방법으로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습니다.

경찰은 이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고, 지난 15일에 이어 19일에도 소환조사를 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다른 고등학교 교사들과 이씨를 연결하는 브로커 역할도 했습니다. 이씨의 의뢰를 받은 박씨는 다른 고등학교 교사 6~7명에게 문제 출제를 '재하도급'했습니다. 박씨는 교사들에게 문제 출제를 대가로 수천만 원을 줬고, 나머지는 자신이 챙겼습니다. 박씨는 교사들이 출제한 문제를 종합해 이씨에게 전달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교사들을 통해 박씨에게 전달된 문제는 수백 건으로, 한 문제당 가격은 3만~5만원 선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학원 강사와 현직 교사 간 문제 거래에 위법성이 있는지 법리 검토를 진행 중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학원 강사가 개인 강의에서 쓸 문제집을 만들기 위해 현직 교사에게 출제를 의뢰하고 돈을 주는 행위에 위법성이 있는지는 법리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씨로부터 돈을 받은 현직 교사 6~7명 가운데는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참여했던 국어 교사 송 모씨(41·불구속)도 포함돼 있습니다. 송씨는 이씨에게 6월 수능 모의평가 출제 내용을 미리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현재 경찰은 이들 교사 가운데, 송씨 이외에도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참여한 교사가 또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