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같은 모바일 대출인데…저축銀 고객만 신용등급 하락
입력 2016-06-20 17:48  | 수정 2016-06-20 20:22
# 신용등급이 4등급인 A씨는 한 저축은행의 모바일 간편대출을 통해 지난달 2일 1000만원을 연 8% 금리로 빌렸다. 그는 간편하게 대출을 받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지난달 말 신용평가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신용등급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신용등급이 종전보다 한 등급 떨어진 5등급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쉬운 신용등급 2등급자인 B씨 역시 지난달 3일 1000만원을 연 8% 금리에 다른 저축은행 모바일 간편대출을 통해 빌렸다. 지난달 말 B씨의 신용등급은 4등급으로 '급전직하'했다. 일반적으로 은행 대출을 받아도 신용등급이 다소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두 등급이나 떨어진 것에 대해서 B씨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우리은행 '위비뱅크' 등 금융회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간편하게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소비자의 체감 효과는 여전히 낮다. 어느 업권의 모바일 앱에서 대출받느냐에 따라 신용등급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은행은 1금융권으로, 저축은행은 2금융권으로 나뉘는 업권별 신용등급의 '벽'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이 이유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 모바일 앱을 통해 대출받으면 모든 신용등급에서 평균적으로 1.7등급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금융권에서 단순히 대출을 받았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이다. 신용등급이 좋은 사람일수록 저축은행 모바일대출을 받았을 때 신용등급 하락 폭은 크다. 1~2등급으로 신용등급이 좋은 사람도 저축은행의 모바일 앱 기반 간편대출로 대출받으면 3~4등급이 떨어지는 구조다. 예를 들어 1등급 신용자가 저축은행 모바일 앱에서 대출받으면 평균적으로 4.7등급으로 하락한다. 신용등급이 4등급 이하로 떨어진 소비자는 더 이상 은행에서 거래하기가 힘들다.

은행권의 모바일대출을 받으면 이런 현상이 벌어지지 않는다. 우리은행 모바일대출 '위비뱅크'나 신한은행 모바일대출 '써니뱅크'의 경우 단순히 대출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신용등급이 수직하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제는 은행의 모바일대출과 저축은행 모바일대출의 상품성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아 신용등급 변화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 위비뱅크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신청 당시 신용등급은 평균 5.5등급이고 평균 금리는 7.5%다. 한 저축은행 모바일대출의 차주 평균 신용등급은 4.5등급에 평균 금리는 9%다. 두 대출상품의 차주 신용등급과 금리 차이가 크지 않은 셈이다. 모바일대출이 아닌 기존 일반 신용대출의 경우 은행 금리는 3~5%, 저축은행 금리는 20%대여서 큰 차이가 있었던 것과는 다르다. 사실상 기존 대출상품과 다른 상품을 내놨는데도 기존 업권 간 벽 때문에 신용등급이 달리 매겨진다는 얘기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소비자가 모바일대출을 신청한 뒤 이를 취소하는 이유의 68%가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으면 막연히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걱정 때문"이라며 "두 상품의 차이가 없지만 신용등급이 크게 떨어지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중금리 대출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우리가 운용하는 모바일뱅킹 대출의 연체율은 우리은행이 운용하는 위비뱅크보다 낮다"며 "저축은행이 운용한다고 해서 신용등급을 낮추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차이를 20년 이상 이어져 온 신용정보(CB) 데이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저축은행에서 대출받는 소비자의 경우 현재까지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봤을 때 연체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에 쌓인 데이터로 인한 저축은행 대출의 부실률 때문에 신용등급 조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은행과 저축은행의 모바일대출 상품성이 크게 차이가 안 나는 상황이어서 대출 후 신용등급에 변화가 크게 생기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 모바일대출을 이용하고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은 오랫동안 저축은행 업계에서 시정을 요구했던 문제"라고 말했다.
이미 금융당국은 신차 할부금융을 2금융권 캐피털사에서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의 신용평점이 떨어지는 점을 개선한 바 있다.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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