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스피 변동성지수 ETN 없어…개미들, 널뛰기장세 대응못해
입력 2016-06-20 17:37  | 수정 2016-06-20 20:19
미국 증시에 상장된 변동성지수 상장지수채권(ETN)과 같은 투자상품을 국내 증시에서 투자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투자자가 많다. 국내에 ETN이 도입된 지 3년째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증시 불확실성 자체에 투자하는 ETN 상품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아이패스 S&P 500 VIX ETN'은 15.5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6일만 해도 12.86달러에 머물러 있었지만 열흘 새 21% 급등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일이 다가옴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가 늘어난 덕분이다.
사실 최근의 변동성지수 ETN 급등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전문가들이 브렉시트가 가결되면 2011년 발생한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버금가는 충격이 증시에 가해질 것이라고 경고해왔기 때문이다. 해외 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국내 증시에서도 '변동성 확대'가 똑같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에는 베팅할 길이 없었다. 국내에 변동성지수 ETN이 전혀 상장돼 있지 않은 탓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ETN이 만들어지려면 기초자산인 변동성지수 선물옵션 상품이 활발하게 거래돼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에 해당하는 V-코스피200 상품이 제대로 거래되고 있지 않아 증권사들이 선뜻 관련 ETN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V-코스피200 거래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아무리 큰 대외적 충격이 발생해도 박스권을 유지해 온 탓에 변동성 리스크를 헤지하려는 투자자 수요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 때문이라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ETN의 도입 취지가 사실 기존의 상장지수펀드(ETF)가 커버하지 못하고 있던 영역을 다루기 위함이지만, ETN이 증권사 자본금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상품이다 보니 증권사 재무 부실을 우려해 금융당국이 다양한 시도를 못하게 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ETN이 기존 ETF 시장을 잠식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변동성지수 ETN 개발을 거의 마친 상황이지만 출시했을 때 금융당국이 어떤 규제를 가할지 몰라 눈치를 보고 있다"며 "경쟁사가 먼저 출시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뒤 출시할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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