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빌딩시장 新풍속도` 임차인도 공동투자
입력 2016-06-20 17:10  | 수정 2016-06-21 14:32
서울 강남역 인근 나라종금빌딩(왼쪽). 청담동 피엔폴루스 빌딩.
치솟는 공실률에 서울 도심 빌딩 임차시장에도 '하이브리드(혼합)' 바람이 불고 있다. 빌딩 매입에 필요한 투자처를 확보하기 위해 임대인이 임차인 역할까지 도맡아 빈 사무실을 최소화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투자자는 임차 회사를 찾지 못해 공간을 놀려 수익이 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임대인도 우량 물건을 사들일 때 부족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거래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강남권 대형빌딩 가운데 역대 최고인 3.3㎡당 2300만원에 팔린 서울 강남역 나라종금빌딩에는 빌딩 주요 투자자인 에이플러스에셋이 지상 9~12층과 16층에 입주해 임차료를 내고 있다.
당초 영국계 푸르덴셜금융그룹 부동산 계열사 소유였던 이 빌딩은 지난 1월 총 2084억원에 코람코자산신탁으로 손바뀜됐다. 에이플러스에셋은 코람코자산신탁이 빌딩 매입을 위해 조성한 총 990억원 규모 리츠에 200억원을 투자했다. 2004년 낙찰가 790억원에 푸르덴셜그룹 소유로 바뀌었던 이 건물이 13년 만에 무려 1300억원이나 오른 가격에도 성공적으로 행정공제회와 새마을금고 같은 주요 기관들의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보통주 투자자인 에이플러스에셋이 임차인으로 들어와 공실 위험을 낮춘 덕택이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엠디엠 산하 신탁사인 한국자산신탁도 현재 강남구 역삼동 카이트타워에 투자자 겸 임차인으로 입주해 있다. 이 회사는 과거 토마토빌딩을 매입하기 위해 만든 카이트제3호리츠에 10%를 출자했다. 현재 카이트타워에는 한자신을 포함해 엠디엠그룹 자산운용 자회사인 한국자산에셋운용도 둥지를 틀고 있다.

2017년 6월 완공하는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은 계열사인 하나자산신탁이 다른 기관투자가와 함께 만든 리츠가 매입할 예정이다. 건물 완공 후에는 하나은행이 주요 임차인으로 들어온다. 빌딩을 매각한 뒤 원래 소유주가 곧바로 이를 빌려 쓰는 세일앤드리스백(sale and lease-back·매각 후 재임차) 방식이다.
고가 오피스텔로 유명한 청담동 피엔폴루스 건물 지상 2~7층에 건강검진센터와 피부관리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차병원도 과거 이 공간을 매입하기 위해 만든 리츠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남효준 교보리얼코 LM팀 파트장은 "빌딩 투자자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임차인을 채우지 못해 예상한 만큼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라며 "임차인 역할까지 자청해 공실을 줄이고 투자 안정성을 높여 투자금을 더 많이 확보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는 아니지만 빌딩 개발 프로젝트에 몸담은 시공사나 시설관리(FM) 회사 등 이해관계자들이 '책임 임차' 개념으로 건물을 채우는 사례도 있다. SK그룹의 부동산개발사인 SK D&D의 종로 수송타워가 대표적이다. 건물 전체를 호텔로 바꿔 운영하려다 인허가 문제 탓에 호텔+오피스 복합건물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호텔층에는 신라스테이를 들였고 오피스층 가운데 지상 2층은 SK D&D가 직접 들어왔으며 5~8층은 이 건물 시설관리를 맡은 현대엔지니어링, 3~4층은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책임지고 임차인을 찾도록 해 공실을 거의 없앴다. 덕분에 이지스자산운용에 성공적으로 매각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매물로 나온 센터포인트 광화문 빌딩도 공사를 맡은 쌍용건설이 임차인을 일부 채워넣은 덕택에 현재 인수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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