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주일 뒤면 세계 바닷길·물류 지각변동
입력 2016-06-19 17:02 

파나마 운하가 오는 26일 102년만에 확장 개통하면서 세계 바닷길이 새로 그려진다.
뉴욕에서 부산까지 대형 선박 운항일수가 35일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때보다 열흘 이상 앞당겨진다. 남미 대륙을 돌아오는 것보다는 23일이 빠르다.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은 세계 해운산업은 물론 조선 에너지 인프라 등 다양한 산업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등 전 세계 70개국 정상이 운하 개통식에 참석하는 이유다.
현재 파나마 운하는 길이 304.8m, 폭 33.5m, 깊이 12.8m여서 이 보다 작은 7만t급 이하 선박만 지나갈 수 있다. 1914년 개통 당시만 하더라도 이 정도 크기면 전 세계 모든 선박이 통과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선박이 점차 대형화하면서 대형 컨테이너선, 유조선, LNG선 등은 파나마 운하를 지나갈 수 없어 남미 대륙을 돌아서 가거나 아예 지구 반대편인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고 있다.

새 파나마 운하가 개통되면 길이427m, 폭 55m, 깊이 18.3m로 커진다. 20만t급 배도 지나갈 수 있다. 컨테이너 4400개 이내를 실은 배만 통항할 수 있던 것이 1만4000개 컨테이너를 실은 선박도 통과할 수 있다. 파나마 운하를 지나갈 수 없는 배는 이제 전 세계에서 3%에 불과하다.
연간 1만3400여척의 선박이 통과하던 파나마 운하는 이번 확장으로 2만5000척 이상 선박 통항을 기대하게 됐다.
워싱턴DC에 소재한 미국물류협회(ALA)는 미국 동부에서 아시아 지역으로의 운송은 물론 미국 동부와 철도 또는 트럭으로 운송하던 물류의 상당부분도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때 수용 능력 부족 탓에 수에즈 운하로 발길을 돌렸던 선사와 기업도 파나마 새 운하 개통을 앞두고 하나둘씩 회귀하고 있다. 대형 선박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하자 2013년부터 수에즈 운하를 이용했던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는 최근 파나마 운하를 다시 이용하기 시작했다.
세계 해양지도의 변화는 국내 에너지와 물류 산업에서 변혁이 예상된다.
미국 저렴한 셰일가스와 베네수엘라 원유를 파나마 운하를 통해 아시아로 실어나를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남미 대륙을 돌아오는 운송비가 비싸 메리트가 없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가스를 들여오게 되면 현재 가스 수입을 의존하고 있는 카타르 등 중동지역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내년부터 미국 루이지애나주 사빈패스 프로젝트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기로 했으며 SK E&S는 텍사스주 프리포트에서 LNG를 수입한다. SK가스와 E1도 미국 LPG 수입을 모색하고 있다.
한화토탈은 미국의 가스가 도입될 것에 대비해 최근 4만t 규모의 초대형 액화석유가스(LPG) 탱크를 완공했다.
세계 1위 원유매장국 베네수엘라 원유 수입도 가능해진다. 베네수엘라는 2014년 기준 확인매장량이 2983억배럴로, 2위 사우디아라비아보다 313억배럴이 많다. 가격도 두바이유보다 저렴하다.
부산항도 새로운 기대감에 부풀었다. 북·중미 동부에서 파나마운하를 통과한 대형 선박들이 대형 선박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5위 항만이자 3위 환적항인 부산항에 머무르며 아시아 각지로 물자를 재배송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으로 전 세계 대형 유조선과 LNG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어려움에 처한 한국 조선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일본은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에 대응해 LNG전용선을 60척 신규 건조키로 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는 또 미국 동부 항만과 중남미 카리브해 국가들의 신규 항만 건설을 축진하고 추가 인프라 수요를 촉발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파나마에서 380MW 규모의 콜론 복합화력발전소와 18만㎥ 규모의 가스 탱크를 건설하는 것도 파나마 운하 확장의 영향이다.
파나마 운하에 마냥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니카라과에 건설하고 있는 니카라과 운하는 파나마 운하에 비해 거리를 800km 이상 단축시킬 수 있다.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언제 완공될 지 알 수 없지만 파나마 운하에 위협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또 아시아의 수출기지과 과거 일본 한국에서 중국으로, 다시 동남아시아 인도로 옮겨가고 있어 파나마 운하보다 수에즈 운하 통항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 운반선의 경우 북미 현지생산이 늘고 있어 파나마 운하 이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1914년 완공된 파나마 운하는 지난 2007년 국민투표를 거쳐 그 해 9월부터 확장 공사에 들어갔다. 총 52억5000만달러(약 6조200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돼 9년만에 완공됐으며 오는 26일 공식 개통식을 갖는다. 개통식에는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 특사로 참석할 예정이다.
그리스 동남부 항구 도시인 피레에프스 항구에서 출발해 중미 지역으로 향하는 중국계 코스코 쉬핑 파나마(Cosco Shipping Panama) 호가 확장 개통식 당일 새 운하를 처음으로 지나간다. 27일 첫 상업운행 선박은 일본 NYK 해운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 선박인 린덴 프라이드 호다.
파나마 운하는 2014년에 1만3천482대의 선박이 통과하는 등 세계 해상무역의 5%를 차지하며 160개국 1천700개 항구와 연계돼 있다. 운하를 중심으로 한 물류 부문이 파나마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3.3%에서 2013년 25%로 배 가까이 성장했다.
파나마의 수출액은 2014년 기준으로 약 8억 달러(9천400억 원)에 불과하지만 파나마 운하의 통행료로 거둬들인 수입은 배가 넘는 19억 달러(2조2천400억 원)에 달한다.
주요 이용국은 작년 기준으로 미국, 중국, 칠레, 일본, 페루, 한국, 콜롬비아, 멕시코, 에콰도르, 캐나다 순이다. 한국 선사의 통항량은 연간 약 250대에 달한다.
2014년 19억 달러의 통행료 수입을 거둔 파나마는 새 운하를 개통한 후 10년 이내에 통항 수입이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부터 2021년까지 새 운하를 포함한 파나마 운하의 정부 재정 기여액도 85억 달러(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파나마 정부가 운하 공사비를 회수하려고 현재 선박 당 약 20만∼30만 달러(2억4000만∼3억5000만원) 수준인 운하 통행료를 평균 80만 달러(9억4천만 원)로 대폭 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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