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해외투자자들은 지금 코스닥 BT·IT 기업 주목
입력 2016-06-19 15:03 

중후장대 산업이 성장을 주도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봅니다. 바이오·IT 같이 신성장 동력을 갖춘 기업을 발굴해야합니다. 한국 코스닥 기업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요.”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열린 ‘2016년 코스닥 상장기업 글로벌 IR 컨퍼런스에 참석한 넛젬 리찰 JO햄브로 아시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엑세스바이오 프로스테믹스 뉴트리바이오텍 같은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관계자들을 집중적으로 만났다. 그는 몇년 전부터 한국 바이오기업에 주목해왔다”며 미국에서 바이오테크를 전공한 전문가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직접 회사를 설립하고, ‘1등 기업을 목표로 설비와 R&D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바이오테크 기업에 투자했다가 작년 6~7월 밸류애이션이 높아졌을 때 회수했다”며 요즘 다시 밸류애이션이 합리화되고 있어 타이밍을 보고 있다”고도 귀띔했다. 코스닥 시장에 외국인 지분율이 낮은 이유를 묻자 그는 모르는 기업에 어떻게 투자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넛젬 리찰 매니저는 코스닥에 낯선 업종이 많은데, 영문 공시를 하는 기업은 없어 해외 매니저들이 스터디하기 어렵다”며 영문 공시를 비롯한 해외 IR이 활성화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과 15일 각각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열린 코스닥 글로벌 IR행사는 넛젬 리찰 매니저 같이 ‘될성 부른 코스닥 기업을 발굴하러 온 80여명의 기관투자자들로 성황을 이뤘다. 55개 해외 투자기관에서 77명이 참석해 국내 16개 코스닥 기업들과 일대일 미팅을 가졌다. 이틀간 총 220회에 달하는 미팅이 오전 오후에 걸쳐 쉴새 없이 진행됐다. 기업 CEO를 비롯한 IR 담당자들은 투자자들의 예상치 못한 열띤 질문 공세에 진땀을 흘리면서도 한껏 고무된 모습이었다.
2014년 12월 상장한 후 첫 해외 IR에 직접 나선 홍성한 비씨월드제약 대표는 투자자들이 본사가 보유한 약물체내전달(DDS) 원천기술과 독일 AET와 미국 애콘사과 맺은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자세히 캐물어서 놀랐다”며 그동안 해외 IR에 소홀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해외 IR에 참석한 진단전문시약업체 엑세스바이오의 한병돈 액세스바이오 부사장도 해가 갈수록 투자자들 질문의 깊이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는 주력제품인 말라리아 뿐 아니라 세계보건기구 승인을 앞두고 있는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 등 다양한 신제품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말라리아 진단키트의 평균판매단가가 올라가면서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투자자들은 카카오 같은 코스닥 IT 대장주 뿐 아니라 시가총액이 1000억원이 채 안되는 중소형 IT서비스 기업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조셉 와트 아틀란티스 자산운용 아시아 대표는 IT기술 관련 산업에 관심이 많다”며 특히 핸드셋 시장은 최근 공급과잉과 저마진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지만 향후 스마트카에 부품으로 활용될 여지가 커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타카시 후지쿠라 다이와증권 아시아 태평양 리서치 헤드도 선강퉁(홍콩-심천 교차거래)이 시행되면 텐센트 같은 인터넷서비스 전문 글로벌 업체들이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도 인터넷 산업 부문이 유망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웹툰, 만화 전문 플랫폼인 미스터블루의 조승진 대표도 14곳의 기관투자자들과 직접 만나면서 인터넷 플랫폼의 사업성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조 대표는 투자자들이 중국을 비롯한 해외 수출 부문에 관심을 보였다”며 기존에 보유한 IP(지적재산권)를 일본과 중국에 직접 수출할 뿐 아니라, 중국 현지 회사와 협력해 드라마 제작·게임 개발에 활용하는 식으로 수익원을 다양화할 계획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해외 유통 플랫폼 업체인 ISE커머스의 김응상 대표도 우리 회사가 자체 브랜드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 대표 의류기업인 썬마와 합작 투자법인을 설립해 중국 현지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중국 투자 때문에 실적이 좋지 않았는데 올해 흑자 전환을 계기로 매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3D프린팅 업체인 TPC메카트로닉스의 이용우 CFO는 작년 3D프린팅산업 진흥법이 통과된 데 따라 내년부터 정부 주도로 3D프린팅이 학교 등에 활용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직접 국내 공장을 방문하고 싶다는 투자자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부이사장은 해외 펀드매니저들은 한국 시장 전반보다는 개별 종목의 성장성에 관심이 더 많다”며 올해 20주년을 맞은 코스닥 시장이 바이오·헬스케어,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업종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만큼 기업 차원에서 IR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홍콩·싱가포르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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