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사상 최악으로 꼽히는 올랜도 총기테러를 계기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일 총기규제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에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총기소지 권리를 언급한 수정헌법 제2조를 지키겠다고 맞대응을 하면서 총기규제 문제를 둘러싼 두 사람의 공방전이 열도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18일(이하 현지시간) 주례연설에서 "테러에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것은 미국인을 살해할 의도를 가진 사람이 수십 명을 짧은 시간에 살상할 수 있는 공격용 무기를 손에 넣기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몇 주 동안 계속해서" 총기규제 필요성을 언급하겠다는 의지도 보였습니다.
미국에서는 대형 총기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총기규제론이 제기돼 왔지만, 공화당 보수주의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총기소지 옹호론자들은 수정헌법 제2조를 언급하며 총기규제가 자유를 박탈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규제를 무력화해 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6일 올랜도를 방문했을 때도 "그들(주요 총기참사 범인)이 사용한 죽음의 도구는 흡사했다"며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왜 자유를 지키려면 이런 비극을 반복적으로 겪어야 하는지 (총기옹호론자들이) 대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트럼프는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면 수정헌법 제2조를 없앨 것"이라며 올랜도 총기테러를 클린턴에 대한 공격과 지지자 결집의 구실로 삼았습니다.
트럼프는 전날 오후 텍사스 주에서 연설하며 "오바마 대통령이 테러 문제를 총기 문제로 바꾸려 한다"며 "문제는 총기가 아니라 테러"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트럼프는 올랜도 총기테러 때 사람들이 총기를 갖고 있었다면 "이 XX(총기테러범을 지칭)가 나타나서 총격을 시작했을 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누군가가 (맞서 사격하며) '탕' '탕' 했을 것이고, 그러면 훌륭한 모습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비속어까지 동원하며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무장해야 총기사고 피해가 줄어든다'는 총기옹호론자들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입니다.
트럼프는 지난 15일 '트위터'를 통해 총기옹호단체 미국총기협회(NRA) 인물들과 만나 "테러감시대상자나 비행금지대상자가 총기를 구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언급하며 공화당 내 총기옹호론자들을 놀라게 했지만, 전날에는 다시 전형적인 총기옹호론자의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아예 수정헌법 제2조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지난 13일 '수정헌법 제2조를 폐지해야 할 때'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언론에 냈던 펜실베이니아 주 드렉셀 대학의 데이비드 코언 교수는 이날 CNN에 출연해 미국 건국 당시의 헌법에 노예제를 옹호하는 내용이 있었던 점을 거론하며 "이제는 수정헌법 제2조가 버려져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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