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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가 `다름`에 대한 증오에 대처하는 방법
입력 2016-06-19 06:01  | 수정 2016-06-19 15:13
18일(한국시간)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탬파베이의 경기에 앞서 올랜도 참사를 추모하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산호세) 김재호 특파원] 증오가 낳은 비극, 메이저리그는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일 새벽,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펄스라는 게이 나이트클럽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은 9·11테러 이후 미국 본토에서 일어난 가장 큰 규모의 테러 공격으로 기록됐다.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오마르 마틴의 공격으로 49명이 숨졌으며, 5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총기 사고로 남게 됐다.
미국 전역은 이번 사고를 추모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도 예외가 아니다. 각 구단들은 일제히 조기를 게양하고 경기 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적 소수자들을 일컫는 단어)의 날을 계획했던 구단들은 이 행사에 맞춰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홈경기에서 가진 프라이드 나잇 행사를 통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들은 시구대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특별한 행사를 진행했다. 오클랜드 지역 성적 소수자들과 팀의 불펜 투수 션 두리틀, 그의 여자친구 돌란이 외야 출입문에서 내야까지 일려로 서서 공을 전달했고, 마지막에 이를 받은 제니퍼 아지 샌프란시스코 대학 여자 농구팀 감독이 마운드 위에 공을 올려놨다. 마운드에는 공과 함께 LGBT를 상징하는 무지개 띠가 놓여 있었다.
사고가 일어난 올랜도와 가장 가까이 위치한 탬파베이 레이스 구단도 18일 예정됐던 LGBT의 날 행사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날 트로피카나필드에는 2006년 이후 최다 관중인 4만 135명이 경기장을 찾아 의미를 더했다. 경기장 밖에는 헌혈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탬파베이 선수들은 올랜도를 기억하기 위해 지난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레이스 구단의 더블A 마이너리그 팀이었던 올랜도 레이스의 모자를 착용했다. 이 모자는 이후 경매에 부쳐지며, 이 경매에서 얻은 수익금은 희생자들을 돕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레이스 구단은 여기에 추가로 30만 달러를 성금으로 내놓는다.
은퇴 후인 지난 1999년 자신이 게이임을 밝힌 빌리 빈 메이저리그 사회적 책임 부분 부사장은 이날 "우리는 올랜도다(WE ARE ORLANDO)"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기념 시구를 했다. 그는 MLB.com 등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올랜도에서 벌어진 일은 모두에게 벌어진 일이다. 나는 야구계가 이번 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여기에 덧붙여 "언젠가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날이 올 것"이라며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폭력이 사라지는 날을 기원했다.
15일(한국시간) O.co 콜리세움을 찾은 오클랜드 팬들이 올랜도를 지지하는 문구를 들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메이저리그는 지난 2014년 2월에도 동성애자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을 허용한 애리조나주의 종교자유회복법(SB 1062)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성적 소수자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다른 이들에 대한 증오와 차별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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