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화장발이라도…주가방어 `안간힘`
입력 2016-06-17 15:55  | 수정 2016-06-17 17:16
대내외 악재에 주식시장이 계속 약세를 보이면서 '주가 방어'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 실적 개선이나 대규모 공급 계약과 호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상장사들은 액면분할, 자산재평가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장비 제조업체 지에스인스트루먼트는 보유하고 있던 인천 토지의 가치를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재평가하기로 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현재 장부가격이 192억원인데 주변 토지 시가와 비교해 보유 토지 시가가 상당 폭 올랐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에스인스트루먼트는 이날 장중 상한가를 기록했다.
코스닥에 상장된 유통업체 서부T&D도 이달 초 서울 신정동 트럭터미널 용지 7만6193㎡와 용산 호텔용지 1만4797㎡ 재평가에 들어가 16일 바뀐 자산가치를 공시했다. 두 토지 가치의 합계는 4303억원에서 5929억원으로 올라 서부T&D는 자산이 18% 증가했다. 장문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산재평가에 따른 차익은 기타포괄손익에 해당하고 실질적인 현금 유입이 없어 본질적인 영향은 없다"면서도 "보유 토지의 가격 현실화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자산 증가와 주가순자산비율(PBR) 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은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토지자산 재평가는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동원하는 조치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거제 옥포조선소 토지 재평가를 통해 토지자산 가치를 1조7962억원에서 2조3671억원으로 늘리며 자본잠식 상황을 모면했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거제조선소 용지 재평가를 통해 자산을 8703억원 늘릴 수 있었다. 회계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새 회계 기준인 IFRS가 도입되면서 기업들은 장부가 기재방식이나 시가 기재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시가 기재방식을 선택하면 자산 가격에 변동이 있을 때마다 회계상 자산 가격을 변화시킬 수 있다. 황인택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토지를 시가로 평가하는 것은 기업의 자유지만 자산 가격이 자주 변동한다면 회계장부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유동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은 금융권이나 기관투자가들이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자금 조달에도 별 영향을 못 미쳐 실질 가치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주식 액면가를 낮추는 액면분할도 최근 주가 부양을 위해 흔히 활용되는 카드다. 과거 액면분할은 주식가격이 100만원을 넘어가는 황제주의 주당 가격을 낮춰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가격을 낮게 하는 것이었다. 연초 240만원 수준이던 롯데제과가 3월 액면분할을 통해 주식 총수는 142만1400주에서 1421만4000주로 늘어났고 주가는 25만원으로 낮아져 개미투자자도 투자하기 쉬워졌다. 주가가 50만원 선이던 크라운제과도 2월 액면분할을 하면서 주가가 5만원대로 낮아졌다.
최근에 주가가 높지 않아도 유통주식 수를 늘리기 위해 액면분할을 시도하는 기업이 많다.
성지건설이나 애경유화는 모두 액면가가 5000원인 주식을 500원으로 바꾼다고 최근 공시했는데 주가는 각각 2만원대, 9만원대다. 2분기 들어서 광림, SH홀딩스, 대림제지, 에스아이티글로벌, 텔콘, 세우테크, 태양씨앤엘 등의 기업이 액면분할 행렬에 동참했는데 대부분 황제주와는 거리가 먼 코스닥기업으로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바꾸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액면분할이 주가 부양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아모레퍼시픽 같은 경우는 액면분할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지만 크라운제과는 액면분할 후 주가가 반짝 상한가를 이어가다가 최근엔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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