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호텔롯데 상장철회…뒤에서 웃는 IPO기업
입력 2016-06-17 15:54  | 수정 2016-06-17 19:47
올해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혔던 호텔롯데 상장이 연기되면서 중소형 공모주들이 톡톡히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최근 롯데그룹이 호텔롯데 상장을 철회하면서 공모주 청약을 위해 대기 중이던 자금들이 중소형주로 집중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녹십자랩셀·에스티팜·해성디에스 등 3개 업체 공모주 청약에만 7조원에 달하는 증거금이 몰렸다. 특히 녹십자랩셀과 에스티팜은 두 종목 모두 코스닥 입성을 노리는 바이오주인 데다 같은 날 청약이 마감되면서 공모자금이 분산될 것이라는 염려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이들 두 종목에 청약자금이 6조2000억원가량 대거 몰렸다. 청약경쟁률도 녹십자랩셀이 799.7대1, 에스티팜이 236.8대1을 기록하면서 인기를 실감케 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약 1500만원을 투자해야만 공모가 1만8500원의 녹십자랩셀 주식을 겨우 1주 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상장 주간사인 하나금융투자 등에는 청약자금을 대출받기 위한 공모주 청약통장 문의가 빗발쳤다.
특히 호텔롯데 청약 자금을 마련해뒀던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공모주 시장을 더욱 달구고 있다. 기관들은 이미 4조원 이상 국내 최대 규모 공모가 이뤄질 것이라는 호텔롯데에 투자하기 위해서 수조 원대 자금을 마련해둔 상태였다. 하지만 막상 대어가 사라지면서 투자할 곳이 없어지자 비슷한 시기에 공모 청약에 들어간 중소형주에 여유자금을 쏟아부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이 차질을 빚으면서 공모주 시장이 위축될까 우려하기도 했으나 오히려 더 뜨거워진 상태"라며 "호텔롯데를 피하기 위해 상장을 미뤘던 회사들도 일정 조정을 검토하고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6~7월 두 달간 공모주 시장에서 내실을 갖춘 중소형 기업의 인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다음달 13일 부동산신탁사 최초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한국자산신탁은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부동산 디벨로퍼인 MDM그룹 계열의 한국자산신탁은 올 1분기 신탁 수주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21%(509억원)를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업계 1위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각각 40%와 74% 급증한 954억원과 584억원을 기록했다.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자산신탁은 이번 공모를 통해 총 2729만7345주를 모집하며 주당 공모가 밴드는 9100~1만300원이다. 전체 공모 규모는 밴드 상단 기준 2812억원에 달한다. 오는 23~24일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이달 30일부터 이틀간 일반 공모 청약을 받는다. 이번 공모 자금은 최근 부동산신탁사 참여가 가능해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대비해 영업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치냉장고 '딤채'로 유명한 중견 가전업체 대유위니아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종목이다. 20여 년간 김치냉장고 시장 1위를 유지해온 대유위니아는 일반 냉장고 에어컨 전기밥솥 에어워셔 제습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4312억원, 영업이익 157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다음달 13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인 대유위니아는 이번 공모를 통해 총 750만주를 모집한다. 주당 공모가 밴드는 6800~8300원이며 전체 공모 규모는 밴드 상단 기준 623억원이다. 오는 27일부터 이틀간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한 뒤 다음달 4~5일 일반 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올 초 코스닥에 상장한 합성 운모 업체 크리스탈신소재를 시작으로 중국 기업들도 잇따라 공모주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로스웰인터내셔널은 오는 20일까지 일반 공모 청약을 받고 있다. 앞선 기관 수요예측에 따라 주당 공모가는 밴드(2100~3200원) 상단인 3200원으로 결정됐다. 공모 주식 수는 총 3000만주이며 전체 공모 규모는 960억원이다.
완구 및 콘텐츠 전문기업인 헝셩그룹도 다음달 코스닥 입성을 노리고 있다. 전체 공모 주식 수는 2000만주로 주당 공모가 밴드는 3400~5300원이다. 오는 27일부터 이틀간 수요예측을 거쳐 다음달 4~5일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한예경 기자 /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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