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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②] ‘아가씨’ 박찬욱 감독 “배우들 캐스팅 전 뒷조사했다”
입력 2016-06-15 11:01 
[MBN스타 손진아 기자] 박찬욱 감독은 4인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그들의 엇갈린 목적과 비밀, 사랑과 욕망이 충돌하는 팽팽한 긴장감의 매혹적 스토리로 영화 ‘아가씨를 완성해냈다. 영화는 3부작으로 진행된다. 원하는 것을 숨긴 채 관계를 이어가는 4인 캐릭터가 큰 측을 이루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배우 김민희, 하정우, 조진웅, 김태리는 원하는 것을 숨긴 채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가며 묘한 분위기와 함께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특히 김민희와 김태리의 동성애 베드신은 ‘아가씨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 각각 아가씨와 숙 역을 맡은 두 사람은 파격적이면서도 매혹적이게 그들만의 사랑을 그려나가며 인물의 숨소리까지도 정교하게 표현해 한 폭의 그림 같은 아름다운 장면을 완성했다.

- 오디션 당시, 김태리의 첫 인상은 어땠나. 숙희가 딱 떠오르던가.

당돌하고 똑똑해보였다. 그리고 똘똘해보였다. 그게 숙희였다. 사실 숙희는 알고 보면 헛똑똑이이다(웃음). 태리가 그런 건 아니다. (태리는) 겁먹거나 기죽거나 눈치 보거나 주눅 들거나 그런 건 아주 거리가 먼 아가씨였다.”

- 촬영 전부터 김태리와 준비를 많이 했다고. 그 중에서 가장 공 들인 부분은 어떤 부분일까.

우선 민희양하고 친해지는 것이 중요했다. 서로 나이차도 많이 나고 완전 새내기와 입지가 확고한 스타 사이에서 둘이 친해진다는 게 서로가 노력을 해야 하는 일이였다. 언니답게, 동생답게 먼저 서로 연락하기도 하고 둘이 친해지게 하는 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닌데 부추기긴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리딩을 자주하되 일대일로도 하고 둘 같이 불러 앉혀 놓고 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차피 자주 와야 하는 게 일어를 배워야 했기 때문에 사무실에 매일 와야 하는 형편이기도 했다.”

- 일본어 대사량이 많고 말이 빠르기도 하다. 사투리를 쓰기도 하더라.

참 신기했다. 표준말 또는 상류 계급이 옛날에 쓰던 고풍스러운 일어를 계속 듣다보니 일어를 잘 모르는 나도 어떤 게 사투리인지 알겠더라. 이상하게 촌스러운 어떤 느낌이 있더라. 하하.”

- 영화를 보면서 김태리가 연기하는 숙희 캐릭터가 ‘생쥐 같다는 걸 느꼈는데, 나중에 백작이 그런 대사를 하기도 하더라.

맞다. 내가 맨날 톰과 제리의 제리 같다고 했었다. 히데코는 우아한 고양이 같다고 생각했는데, 톰과 제리의 톰하고는 다르지만 흰 털을 길게 기른 우아하고 새침한 고양이를 상상했었다. 태리는 그냥 생쥐.”

- 김민희, 하정우, 조진웅과 모두 첫 호흡하는 거였다.

각자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이 있었다. 조진웅의 ‘범죄와의 전쟁, 하정우의 ‘멋진 하루, 김민희의 ‘화차. 그 세 편에서의 연기들. 그 인상을 가지고 우선 연기력에 대한 호감이 생겼었다. 그래서 뒷조사들을 좀 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함께 일해 본 감독들한테 또는 함께 일해 본 배우들에게 어떤 사람들이다 라는 걸 듣고 믿음을 갖고 캐스팅을 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어색하고 낯설었다. 난 항상 함께 일한 배우들이 누군가 한 두 명씩은 있어왔는데 이번엔 한 명도 없었다.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이 송강호면 송강호, 오달수면 오달수 등이 있었는데 이번엔 없으니까(웃음). 나이차가 있기도 했고, 약간 처음에는 서로 데면데면하고 어려워했다. 그래도 뭐 친해지고 나니 좋아졌다.”

- 배우들 뒷조사를 하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이 있었나.

조진웅은 에너지가 강하고 펄떡펄떡 뛰는 것 같은 활기가 있었다. 하정우는 유머, 능청스러운 것, 별로 큰 표현을 하지 않고도 슥슥 넘어가면서 느끼는 것. 김민희는 섬세함이었다. 표정에서 조금의 움직임으로도 이런 저런 감정들을 만들어내는, 그런 것.”

- 김민희 아역 조은형 양도 눈에 띄었다.

원래는 히데코의 성장과정을 표현해야 하니까 아역을 세 명을 캐스팅하려고 했다. 나이대 별로. 그러다가 여러 명을 오디션 했는데 결국엔 다 필요 없고 은형이만 데리고 하자고 해서 그렇게 가게 됐다. 머리 모양 변화를 줘서 나이가 변했다는 것을 표현했지만 작은 몸인데 표정은 이상하게 어른스러웠다. 그 부조화가 희한하더라. 매력적이고. 사실 놀 때보면 철없는 초딩일 뿐인데 카메라 앞에서는 의젓하고 어른 배우보다 더 침착하더라. 아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내가 연기를 이렇게 하라고 했다가 5초 후에 다시 아니다 이렇게 하라고 몇 번을 해도 ‘네네 하고 탁탁 해내더라. 아주 타고난 아이다. 일본어도 잘했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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